[부산/경남]동서남북/기관장 공치사 자리 된 경남발전硏 개원식

  • 입력 2009년 9월 3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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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열렸던 경남발전연구원 개원식이 많은 뒷말을 낳았다. 도정 연구기관이라는 품격과 달리 행사를 요란하게 꾸민 데다 기관장들의 ‘말씀’이 정도를 넘어선 까닭이다.

16년 더부살이를 끝내고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독립청사를 마련한 연구원은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개원식을 열었다. 먼저 6인조 혼성그룹의 축하공연이 1층 로비에서 30분간 펼쳐졌다. 이어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경과보고, 감사패 수여가 있었고 이창희 원장의 기념사, 김태호 경남지사의 격려사,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의 축사가 계속됐다.

이 원장은 “김 지사님이 용지를 마련해 주었고, 안상근 정무부지사님이 설계와 착공을 했다. 저는 숟가락만 들고 왔다”며 웃음을 유도했다. 청사 착공 당시인 지난해 2월 안 부지사가 원장이었던 점을 상기시킨 것. 김 지사는 “이제 본격적인 남해안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고 말한 뒤 “예산 승인을 해준 이 의장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 의장 역시 “김 지사님과 이 원장님의 수고가 많았고, 안 부지사님은 연구원을 직접 구상했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이 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주시장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 의장 역시 마산시장을 노리는 인물. 김 지사는 3선이 목표다. 안 부지사는 김 지사의 ‘정치적 동지’이자 도정 현안을 총괄하는 실세. 이날 개원식에 들어간 비용은 900여만 원. 한 참석자는 “마치 자기들 사비(私費)로 건물을 지어 희사한 뒤 칭찬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며 “건립비 91억 원은 모두 국민의 세금 아니냐”고 물었다. 좋은 행사에서 적당하게 상대방을 격려하는 것은 미덕으로 봐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손님을 불러놓고 선출직끼리 공치사가 지나치면 광고 효과는 반감된다. 거부감에서 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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