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호타이어, 파국 자초하나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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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의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7월 초부터 부분파업 및 태업을 벌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지난달 24일 정리해고자 700여 명의 명단을 노조에 통보하고 다음 날에는 광주, 전남 곡성, 경기 평택 등 3개 공장을 직장폐쇄했다. 이어 파업을 주도한 노조 쟁의대책위원 21명을 어제 업무방해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금호타이어는 2000년대 초만 해도 경쟁업체인 한국타이어보다 영업실적이 더 좋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강성노조가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노조의 입김이 커지면서 사측은 기술개발 및 설비 투자를 꺼렸고 위기를 가속화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졌다. 해외 거래처들도 노조의 파업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르는 금호타이어를 기피했다.

국내영업 기준으로 올 상반기 한국타이어가 109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금호타이어는 1042억 원의 영업손실과 22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두 회사가 5500명 안팎으로 거의 같지만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매출은 9655억 원으로 한국타이어(1조2914억 원)의 74.8%에 그쳤다. 그동안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연봉 1억 원 이상이 200여 명, 8000만 원 이상이 1300여 명이나 된다. 이렇게 생산성이 떨어지는 적자기업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 회사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민노총 산하 노조 책임이 크지만 경영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데도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의 결정이긴 했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함께 참여해 자금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잘못된 체질과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면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오래 버틸 수는 없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만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보여주듯이 노조와 경영진이 경영혁신 및 자구(自救) 노력에 합심하지 않는다면 금호타이어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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