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황금노선 9호선, 역사는 황금상권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젊은 직장인 많아 출근길 테이크아웃 북적
화장품-생필품점은 최신유행 ‘안테나’ 역할

“따르릉∼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20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역사 안. 출근 인파를 가득 태운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출구 바로 앞에 자리 잡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인사 소리도 점점 커졌다. 대부분 직장인으로 보이는 승객들은 교통카드를 찍고 나와 자연스레 편의점에 들러 물과 떡 등을 샀다. 이 편의점을 비롯해 역사 출구까지 이어진 통로에 연달아 자리한 커피전문점과 도넛, 생필품 가게 등에도 테이크아웃 손님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 9호선 역사 내에 마치 ‘지하쇼핑몰’처럼 꾸며진 매장들이 승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24일로 개통 한 달째를 맞는 지하철 9호선의 누적 이용 승객은 총 449만4000명. 하루 평균 18만∼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방학과 휴가철이 이어지는 7, 8월은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편이지만 9호선 역사 내에 입점한 LG생활건강과 GS리테일 등 업체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목표치를 훌쩍 넘기는 월 매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

○ 아침 출근길이 최대 ‘대목’

이들 업체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20, 30대 직장인. 9호선이 여의도와 강남 등 사무실 밀집 지역을 오가는 ‘황금 노선’이다 보니 출근길과 퇴근길에 찾는 직장인 고객이 많다.

특히 아침식사를 거른 채 급하게 집을 나온 사람들을 겨냥한 아침식사 메뉴가 가장 인기다. 도넛과 커피를 파는 미스터도넛은 아침식사용으로 내놓은 ‘모닝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예상했던 목표치보다 150% 높은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날도 알록달록한 도넛들로 가득 찬 진열대가 갈 길 바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한꺼번에 대여섯 명의 손님이 줄을 서서 이곳에서 커피와 도넛을 샀다.

직장인 백민희 씨(30·여)는 “커피를 사면 도넛이 공짜라 출근길에 자주 이용한다”며 “아침식사를 못하고 오는 회사 동료들 것까지 5개 샀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있는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에서도 테이크아웃 주문이 이어졌다. 이 업체 역시 다음 달부터 출근시간대 고객들을 겨냥해 모닝세트 메뉴를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 여심(女心) 잡는 ‘안테나숍’

업체들은 역사 내 매장들에 단순히 매출뿐 아니라 ‘안테나숍’(새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매장)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9호선 모든 역사에 입점한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장 ‘뷰티플렉스’는 퇴근길에 간단하게 화장품을 구매하는 20, 30대 여성 직장인이 주요 고객이다.

이종원 LG생활건강 부장은 “일반 길거리 매장보다 젊은 직장인 및 대학생 구성비가 높아 트렌디한 색조 화장품 등이 잘 팔린다”며 “향후 신규고객 유입에 톡톡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GS리테일에서 직영하는 GS왓슨스 역시 지하철역이라는 상권 특성에 맞춰 매장 앞에 배치한 저렴한 생필품과 간단한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신논현점의 매출은 목표 대비 150%를 달성했다. 여의도역과 신논현역, 흑석역에 입점해 있는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도 여심을 잡기 위해 매장 방문 시 이용할 수 있는 쿠폰북을 배포하고 지하철 입구에서 화장품 샘플 등을 나눠줄 계획이다.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은 “휴가와 방학이 모두 끝나는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승객이 늘어나 역사 내 매장 매출도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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