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공소장’에 나타난 朴구명로비 전말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千, 한상률 前국세청장에 수십번 청탁
朴 고발되자 “집행유예 받도록 돕겠다”

“형님이 이번 세무조사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야 됩니다. 형님이 책임지고 해 주십시오.”

지난해 8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의형제 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6)에게 절박하게 매달렸다. 12일 공개된 천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뒤 곧바로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만나 “박연차는 내 동생 같은 사람이니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현 정권의 유력자로 알려져 있어 한 전 청장은 천 회장의 면담 요청을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대한레슬링협회장인 천 회장이 같은 달 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중국 베이징에 가 있을 때엔 숙소인 S호텔로 박 전 회장이 찾아와 “형님, 세무조사 좀 챙겨 주십시오”라며 다시 도움을 구했다. 천 회장은 한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은 얼마라도 낼 테니 검찰 고발은 말아 달라”고 다시 부탁했다. 그 이후 같은 해 11월 중순까지 천 회장은 한 전 청장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부탁을 계속했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함께 10여 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전 회장은 같은 해 11월 25일 검찰에 고발됐다. 천 회장은 그때부터는 박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사면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편 김 전 청장은 로비에는 관여했지만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내사 종결됐다.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03년 변호사 개업비용 명목으로 받은 7억 원을 뇌물로 보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했다.

이 밖에 검찰은 2004년 12월 박 전 회장에게서 상품권 5000만 원어치를 받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선 “상품권을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민유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부산고법 박모 부장판사도 돈을 받았지만 검찰은 직무관련성을 밝히지 못해 무혐의 처분했다. 2007년 2, 3월 박 전 회장에게 50억 원을 건넨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불법 거래라고 볼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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