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방식 논란 휩싸인 검찰… 법정공방-특검공세 넘어야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 수사 문제점과 향후 과제

책임론 불거지며 총장 사퇴
조직 추스르기 ‘발등의 불’
증거-朴진술 유지가 관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사건 수사는 끝났지만, 검찰은 적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일단 법정에서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야 하고, 이번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수사의 신뢰 문제도 치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거진 검찰 수사 신뢰 문제

4월 들어 검찰 수사의 초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맞춰진 뒤 노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중요한 것은 증거다”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은 장외공방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후 신병처리가 미뤄진 상황에서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가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 등 검찰 책임론이 불거졌고,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인간적 고뇌’를 토로하면서 사퇴했다. 정치권에선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론까지 제기했다.

검찰은 1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 브리핑을 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거론되는 몇몇 보도는 브리핑하거나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직후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받아 온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오히려 구명 로비와 무관한 조세포탈 혐의 수사를 한 게 ‘별건 수사’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천 회장의 로비 대상이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e메일을 통해 서면조사한 것 역시 부실 수사 의혹을 샀다. 한 전 청장은 올 3월 초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에 휩싸인 상황에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검찰의 설득에도 귀국을 거부했다.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 주요 참고인의 출국을 방조하는 바람에 소환조사를 못하고 서면조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수사는 천 회장의 영장 기각 이후 눈에 띄게 맥이 빠졌고 결국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을 소환조사한 뒤 선별기소하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후임 검찰총장 지명 이후에야 수습될 듯

수사 도중에 검찰 총수가 사퇴하는 충격에 빠졌던 검찰은 문성우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상태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번 수사과정에서 안게 된 상처를 씻어내는 것은 결국 새 검찰총장이 정식으로 취임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18일 이후 새 검찰총장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총장은 검찰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박연차 리스트’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검찰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수사과정에 청와대 등 여권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당의 의석수가 특검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역부족이지만, 혼미한 정국 수습을 위해 여권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정치보복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꾸려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대검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대대적인 검찰 개혁방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진실게임’은 법정으로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21명 가운데 구속 기소된 7명은 이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박 전 회장이 충격을 받고 진술을 번복할까 우려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11일 열린 민주당 이광재 의원의 재판에서 돈을 전달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이미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 대부분이 박 전 회장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올해 안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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