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 업무 포괄감사는 위헌”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헌재 “구체적 위법 사항에만 한정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가 뚜렷하게 법을 어겼거나 그러한 의심이 들지 않는데도 정부가 지자체 업무 전반에 포괄적인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6년 9월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 등의 합동감사를 받은 서울시가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게 없는데도 실시하는 정부의 사전감사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 28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행안부 등은 2006년 9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 정부합동감사 계획을 알리고 2006년 9월 14∼29일 지자체의 위임사무 및 자치사무를 감사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시장이던 서울시에 대해서도 청계천 건설사업 등을 감사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의 사전적·포괄적 감사는 위헌”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재판부는 “중앙행정기관은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법을 위반했거나 법을 위반했다는 분명한 의심이 드는 경우에만 감사권을 발동하도록 한정해야 한다”며 자치사무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감사권은 사전적·포괄적 감사권이 아니라 대상과 범위가 제한된 감사권인데 당시 감사는 대상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미 감사원이 국가감독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로 사전적·포괄적 감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행정기관의 사전적·포괄적 감사권까지 인정하면 지자체는 국가로부터 불필요하게 중복감사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옛 지방자치법 158조(현행 171조)는 지자체의 자치사무나 서류·장부 또는 회계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감사를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6년 중앙정부의 지자체 감사가 그러한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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