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내달 총파업 수순밟기 ‘착착’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기본부 2009 투쟁 선포식’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대나무 깃발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대나무 깃발을 20개만 드는 것을 조건으로 반입을 허용했다. 수원=연합뉴스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기본부 2009 투쟁 선포식’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대나무 깃발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대나무 깃발을 20개만 드는 것을 조건으로 반입을 허용했다. 수원=연합뉴스
19일 대정부교섭 제안… 결렬 뻔해 명분쌓기 의혹

금속노조 쟁의절차 시작… 건설노조 “27일 파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다음 달 총파업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정부 교섭 제안을 한 상태에서도 파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금속·철도 등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들은 줄줄이 파업 대기 중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대정부 교섭 제안이 파업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건설·금속·철도 줄줄이 파업 대기

민주노총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사태로 촉발된 최근의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해 19일 정부에 노정(勞政) 교섭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제안에서 1차 교섭일인 26일을 포함해 다음 달 9일까지를 교섭 촉구기간으로 정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교섭 촉구 기간에는 총파업을 벌이지 않겠다. 정부의 교섭 태도에 따라 6월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는 이미 총파업을 위한 수순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노조)은 27일 서울 상경 집회를 시작으로 무기한 파업을 하기로 했다. 건설노조 조합원은 2만5000여 명에 이른다. 조합원만 약 14만5000여 명에 이르는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도 20일 임단협 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위 행위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19일 개최한 제8차 중앙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제출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모든 해고 금지 및 총고용 보장 △재벌기업 이익잉여금 10% 사회 환원 △노동시간 단축(주 35시간)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제조업·중소기업 기반 강화 △기본급 4.9% 인상, 비정규직은 20.8% 인상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4사 노조는 다음 달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뒤 같은 달 10∼12일 ‘중앙교섭 쟁취 및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법적으로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하며 이를 거치지 않으면 불법 파업이 된다. 현대 등 완성차 4사를 제외한 나머지 금속노조 사업장은 이달 27∼29일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갖는다.

코레일의 인력감축안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철도노조도 25일부터 지역 거점별 천막농성에 이어 27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력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철도노조는 다음 달 10일 구체적인 총력투쟁 일정을 확정한다. 16일 집단 운송 거부를 결의한 화물연대는 지도부가 파업 시기와 방법만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결렬 뻔한 대정부 교섭

민주노총은 “정부의 교섭 태도에 따라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결렬을 전제로 한 교섭 제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19일 대정부 교섭 제안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제,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등 노동 문제 전반에 걸친 방대한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계의 대표도 아닌 민주노총과 이런 문제를 교섭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도 “민주노총이 실제 총파업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대정부 교섭 제안은 파업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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