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WCU로 간다]<4>한양대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지난해 7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08 지능형 모형차 설계 경진대회’. 한양대는 현재 WCU 프로그램에 선정된 과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지능형 로보틱스, 미래형 자동차 등 ‘7선(選) 기술’ 전체로 WCU 프로그램을 확대해 세계 50위권 공대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7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08 지능형 모형차 설계 경진대회’. 한양대는 현재 WCU 프로그램에 선정된 과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지능형 로보틱스, 미래형 자동차 등 ‘7선(選) 기술’ 전체로 WCU 프로그램을 확대해 세계 50위권 공대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공학 7選기술’ 집중 육성… “신성장 동력 메카로 자리매김”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캠퍼스 내 ‘퓨전 테크놀로지 센터’. 이 건물은 지난해 8월 완공했지만 9, 10층은 공사가 한창이다. 9월 에너지공학과 대학원 신입생 10명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다. 에너지공학과는 내년 3월에 학부생 25명도 모집한다. 에너지공학 관련 전공에 학부, 대학원 과정이 모두 개설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에너지공학과는 이영무 교수(화학공학과)가 신청한 ‘그린에너지 및 지구온난화 대응 융합기술’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WCU) 육성사업 제1유형으로 선정되면서 만들어지게 됐다. 그 밖에 한양대는 제2유형에서 1개, 제3유형에서 5개를 포함해 1차 WCU 사업에서 총 7개 과제가 선정됐다. 2차 발표 때도 1개 분야가 추가돼 한양대는 총 8개 분야에서 53억 원을 지원 받는다.》

국내 첫 에너지공학 학부-대학원 동시 개설

그린에너지 분야 매트릭스형 프로그램 도입

국내 교수 1명-해외석학 1명 한조 이뤄 연구

한양대는 올해 한국공학 70년 및 개교 70주년을 맞이해 국가 미래 신성장동력을 특성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발전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공학 7개 분야를 ‘7선(選) 기술(7대 미래국가 신성장동력 기술)’로 선정하고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7선 기술은 △그린에너지 공학 △극한 공학 △지속가능 건축 △미래형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보틱스. 또 국가 미래 신성장동력인 △생명공학 △정보기술(IT) 융합 △차세대 원자력공학 △나노바이오 융합 분야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양대 WCU 프로그램에는 인문학도 포함돼 있지만 공학 분야가 핵심이다.

○ 그린에너지 분야 전문 인력 양성

7개 분야 중 한양대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분야는 그린에너지 공학이다. 그린에너지 공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그린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국은 그린에너지 기술 수준에 비해 산업화가 더딘 상태로 태양광은 75%, 풍력은 99.6%를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영무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선진국의 그린에너지 산업 정책을 무분별하게 모방해 상황에 알맞은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에너지공학과를 ‘미래 에너지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글로벌 리더 인력 양성 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공학과는 연구 분야를 크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절약하는 기술 개발 △태양전지, 연료전지, 2차 전지 같은 대체 에너지 시스템 개발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 에너지-환경 정책 수립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 및 응용 기술 확립 등 네 가지로 나누어 연구하게 된다. 한양대는 4개 분야에서 각각 국내 교수 한 명과 해외 석학 한 명이 한 조를 이뤄 연구를 담당하도록 했다.

학생 지원책도 마련했다. 우선 에너지공학과 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 희망에 따라 △취업 △연구리더 △기술매니저 및 기술정책 관리 등 세 가지 코스로 나눈 매트릭스형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기로 했다. 전공과목 모두를 영어 강의로 진행해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도 힘쓸 방침이다.

○ 해외석학과 미래성장동력 연구

제2, 3유형에 선정된 한양대 WCU 사업은 7대 성장동력과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2유형에서는 박경진 교수(기계공학과)가 지원한 ‘구조 및 기계 시스템의 통합 설계’가 선정됐다. 7대 성장동력 중 ‘로보틱스’에 해당하는 연구 과제다. 박 교수는 “기존 제품 설계 과정은 불필요한 반복 실험이 많고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이 떨어졌다”며 “시스템 동역학 설계 경험이 풍부한 수닐 어그래월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표준 설계론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박대효 교수(건설환경공학과)가 신청한 ‘지속가능 사회기반 구조물’ 과제가 지난달 2차 WCU 사업 발표 때 제2유형에 뽑히면서 ‘지속가능 건축’ 분야 연구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박 교수는 “건설 신소재 제조 및 다중 스케일 구조해석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건설 재료 사용량을 줄이고 구조물 수명을 늘리는 것도 연구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최초로 공학 분야에서 종신 석좌교수로 임용된 조지 보이어지스 교수와 함께 연구한다.

제3유형으로 선정된 ‘극한조건에서의 강입자 물질연구’는 이현규 교수가 책임 연구자인 순수 물리학 분야다. 세계적 석학인 노만규 교수를 석좌교수로 초빙하여 입자물리학, 강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을 융합하는 천체 강입자 물리학의 모험적 연구를 선도하고자 한다. 권병일 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는 ‘전기 에너지 변환시스템 분야 교육의 국제화’ 과제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맡았다.

생명공학 연구도 활발하다. 김용희 교수(응용화공생명공학부)가 연구하는 ‘허혈질환용 유전자변형 세포치료제 개발’과 안주홍 교수(자연과학부)가 신청한 ‘예쁜꼬마선충을 모델동물로 이용한 근육 발생 관련 유전자 연구’가 생명공학 분야에 해당한다. 안 교수 연구에는 2006년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인 앤드루 파이어 스탠퍼드대 교수가 참여한다.

임지현 교수(사학과)가 진행하는 ‘트랜스내셔널 일상사’는 8개 선정 과제 중 유일하게 인문학 분야에 해당한다. 일상사는 역사적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에 주목하는 역사학 분야. 이 과제에 참여하는 알프 뤼트케 독일 에르푸르트대 명예교수는 일상사(생활사·History of Everyday Life)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한양대 WCU 프로그램에는 파이어 교수, 뤼트케 교수를 포함해 해외 석학 13명이 참여한다. 이 중에는 최원봉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 김성완 미국 유타주립대 석좌교수 등 한국계 석학도 포함돼 있다. 한양대는 초빙교수 외에 박사급 연구원도 외국 대학에서 영입해 연구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공대 설립 70돌 맞아 공학엑스포 개최”▼

박재근 산학협력단장

“2030년 이후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재근 한양대 산학협력단장(사진)은 “WCU 육성사업 참여를 통해 한양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의 연구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단장은 “그린 에너지를 중심으로 미래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연구 과제가 선정돼 의미를 더한다”며 “한양대가 국가 신성장동력의 메카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세계 10위권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적어도 1, 2개 더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단장은 “한양대는 전통적으로 공학에 강점을 보였고 지난 70년 동안 한국 공학 발전에 힘입어 국가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 성장동력이었던 정보기술(IT)이 3년 안에 포화 상태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아 대비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산학협력단은 7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한양대가 세계 10위권 경쟁력으로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7선 기술’을 점검하는 해외석학 초청 심포지엄을 연다. 이들 분야가 2030년 이후 어떻게 바뀔 것인지 논의하고 대비책을 찾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각 분야 전공 한양대 교수 7명이 발제를 맡고 국내외 대학 교수 40여 명이 토론에 참여한다. 한양대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심포지엄 결과를 정리해 미래국가 연구개발(R&D) 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차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도 참여한다. 박 단장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석학들을 엄선해 초빙했다”며 “이번에 초빙한 분들 중에는 WCU 프로그램으로도 초빙하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는 심포지엄 결과를 토대로 미래 신성장동력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WCU 프로그램 수도 늘려 세계 50대 공과대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단장은 “미래형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현재까지 지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4개 분야도 WCU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석학을 초청하는 ‘7선 좌담회’ 같은 글로벌 행사도 해마다 열기로 했다.

한양대는 7선 기술 분야를 인문사회학, 경제금융학, 법학 등과 접목해 융합 학문으로 키운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 한양대가 전통적으로 강한 IT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미래 인터넷(Future Internet) 및 인문, 예술융합 분야도 세계적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또 공대 설립 70주년을 맞아 ‘한양 공학 엑스포(Engineering Expo) 2009’ ‘세계 공학 교육 2009 학술대회’를 개최해 한국 공학 70년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마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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