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진술에 큰 기대 말라”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 전두환-노태우 수사팀 조언

全-盧 모두 구체적 진술 거부

확보한 증거 통해 결국 구속

“침착하게 ‘반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팀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조사 준비에 분주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을 남다르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14년 전인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조사에 참여했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 “조사 분위기 조성이 중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검찰의 한 간부는 “조사 초반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조사가 쉽지 않다”며 “조사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40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검찰 소환에 응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조사 초기 수사팀이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내용을 캐물으며 다그치자 한동안 입을 닫았다고 한다. 당시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주임검사였던 문영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시인한 마당에 세세한 부분까지 진술하라고 하자 섭섭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조사 과정에서 수사팀과 감정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수사팀이 흥분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조언도 있었다. 12·12 및 5·18사건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직접 조사했던 검찰 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궁해 뭔가를 얻어내려 하지 말고 어떻게 답변하는지에 초점을 둬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반적인 정황에 대해서만 대답했을 뿐 자신의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된 진술은 거부했지만 결국 구속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에 노 전 대통령의 반응을 더해 판단할 문제이지, 노 전 대통령의 진술 자체에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 “전두환 전 대통령 호송에 진땀”

1995년 12·12 및 5·18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김기수 전 검찰총장은 “경남 합천에서 전 전 대통령을 압송해 오는 데 문제가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총장은 “전직 대통령 경호팀이 총기를 갖고 있어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서울에서 경찰 병력이 직접 급파됐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승용차 편으로 서울에 오겠다고 하지만, 오후에 출석하면 밤샘조사가 불가피하고 이동하는 도중에 취재 경쟁 때문에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노 전 대통령이 헬기로 상경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호송 과정에서 승용차 안에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요강까지 미리 준비했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고, 4시간 만에 경기 안양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전 전 대통령과 수사관들은 제일 먼저 화장실로 달려갔다고 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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