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법무 “權여사 참고인 신분 바뀔 수도”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건호씨에 돈 전달했다면 재산국외도피 혐의

박지원 “이상득 의원, 박연차 세무조사 지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1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경우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일반적인 ‘가능성’에 대한 언급일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권 여사가 사법처리의 직접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검찰은 13일 권 여사에 대해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4일에는 “현재로서는 참고인 신분”이라고 말했다. 권 여사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권 여사가 2007년 6월 말 당시 정상문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를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 노건호 씨에게 갖다 줬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관련법에 따른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반출하는 행위는 외국환관리법 위반에도 해당된다. 검찰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권 여사 신분 변화 가능성’ 언급은 만에 하나 노 전 대통령을 형사 처벌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복선(伏線)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 내에서는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오히려 신중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 이번 주 중으로 예상됐던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일정도 다음 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과 검찰 간의 진실 게임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사이의 진실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600만 달러를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지난해 12월 확보했으며, 이후 3개월 이상 관련자 소환 조사와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증거를 수집해왔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변호사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이제 ‘속도’보다는 ‘정확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진술이 정확하다고 보고 있지만, 박 회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수사팀이 증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해 촛불시위 문제를 해결하고 한나라당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정치자금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박 회장의 관계회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고, 그런 이야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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