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박연차 리스트’… 친노그룹-與 PK인사 ‘반반’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삼은 정치권 인사들의 윤곽도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 안팎에서 거론된 정치인은 20여 명.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옛 여권 인사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현 여권 인사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 회장은 옛 여권의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과 자신의 사업기반인 부산경남(PK) 지역 정치인들과 광범위하게 친분을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친노 386’의 대표 인사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004년 5월∼2006년 8월 박 회장에게서 7차례에 걸쳐 1억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은 서갑원 민주당 의원, 검찰이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도 친노 계열로 통한다. 친노 직계 의원 모임인 ‘신의정연구센터(의정연)’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 이 모임의 멤버였던 한병도 전 의원 등도 박 회장과의 직간접적인 ‘인연’으로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공부를 함께 했던 인연이 있는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은 모두 ‘박연차 리스트’의 덫에 걸린 상태다. 박 전 수석은 2일 구속 기소됐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아 했던 정 전 비서관은 조만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 중에서는 이제 수사할 만한 대상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현 여권 인사들 가운데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PK지역 인사가 많다. 한나라당의 허태열 김학송 김무성 권경석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모두 PK 출신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박 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무성 권경석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후원금 내용을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 정치인 가운데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박 회장에게서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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