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래방 희생자, 선박건조 자축 회식하다 참사

  • 입력 2009년 1월 15일 15시 56분


14일 밤 부산 영도 지하 노래주점 화재로 목숨을 잃은 진세조선 임직원 8명은 세계적인 조선 불황 속에서 사운을 건 대형 선박의 성공적인 건조를 자축하는 회식 자리를 갖다가 변을 당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진세조선소장 신현태(65) 씨를 포함해 이사, 과장, 차장급 이상의 핵심직원들로 확인돼 회사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중견조선업체인 진세조선은 세계 조선 수주능력 순위 63위, 직원이 260명으로 조선산업의 불황 속에 자금압박을 받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한진중공업 출신인 신 소장(사장급)을 지난해 12월 영입해 왔다.

진세조선은 주로 1만3000t급 선박을 주로 생산했지만 최근 3만2000t급 건조에 나섰고 참사 하루 전인 13일에는 대형선박인 3만t급 선박의 시운전을 실시하는 등 불황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힘을 쏟고 있는 상태.

문제의 회식 자리는 신 소장이 연이은 철야 격무에 시달린 생산관리본부 소속 직원들을 위로하고, 직원들은 신 소장을 환영하는 모임 성격으로 마련한 것으로 저녁식사를 한 뒤 노래주점에서 2차 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숨진 회사 생산운영담당 이사인 강상대(43) 씨는 3세 딸과 생후 5개월 난 아들을 남기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시신 확인차 경기도 광주에서 내려온 강 이사의 형(44)은 강 이사의 시신을 확인하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라며 통곡했다.

강 이사의 후배 정창덕(40) 씨는 "평소 선배님은 딸 아이의 돌잔치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둘째 아이의 돌 잔치는 꼭 해주겠다고 말했다"며 "둘째 돌잔치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시다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말했다.

숨진 최병석(47) 차장의 맏형 최병균(61) 씨는 "동생이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어서 한잔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김현철(38) 예산관리팀 과장은 사고가 나기 2시간30분 전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의 처남(36)은 "누나가 '매형과 어제 저녁 6시쯤 통화했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지는 몰랐다"며 "사망자 명단에 매형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도 동명이인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세조선 측은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동구 초량동 인창병원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회사장으로 진행되며 발인은 18일로 예정됐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현장 감식하는 한편 건물 주인, 노래주점 업주, 종업원 등을 상대로 과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룸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알렸다"는 종업원들의 행동의 적극성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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