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양극화의 진정한 해법은?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분배보다 성장, GDP 키워야… 복지지출 늘리면 소비-생산도 증대

낙수효과 vs 분수효과… 양극화의 진정한 해법은?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1등 국민과 2등 국민’ ‘1등 노동자와 2등 노동자’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우리 사회를 ‘20 대 80의 사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모두 양극화 현상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외환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등, 그리고 최근의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은 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과연 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일까?

○ 생각의 시작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해 왔다.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에 1962년부터 5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오면서 우리 경제는 고도의 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결과 1970년에 25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에는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략)

2002년 기준으로 GDP(Gross Domestic Product)에서 세계 12위, 수출 12위, 수입 14위, 외환보유고 4위 등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이론을 활용한 방안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낙수효과 이론이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가 늘어나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GDP가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국부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뒤집어 보자

「1970년대 초 이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는 1960년대에 비해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가 급격히 커졌다. 이 시기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는 정부가 수출 관련 기업과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지원을 해준 것과,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도시와 농촌에 대한 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중략)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소득 분배는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 조정과 급격한 경기 침체로 실업이 증가하고, 상시 고용보다는 임시직과 일용직 위주로 취업 구조가 변화된 데에 기인한다.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경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국민들의 빈곤을 해결하고 삶의 질과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경제 성장은 궁극적 목적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효율성)과 소득 분배(형평성)는 상충되는 목표로 간주됐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양자가 반드시 상충 관계(trade-off)에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2000년),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낙수효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분수효과’(fountain effect) 이론은 낙수효과가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경제적 환상 이론이라 비판한다.

분수효과는 복지 지출의 증대는 소비(수요)의 증가를 가져오고, 소비의 증가는 다시 생산(공급)의 증가를 촉발해 경제성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가의 조세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때문에 분수효과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사회 양극화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경제 성장을 생각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다. ‘20 대 80의 사회’에서 80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도외시한 성장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하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인가’다. 양극화가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경제 성장 또한 불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상류의 물길이 끊어지거나 왜곡돼 있다면 강과 바다에 물이 고이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강과 바다의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어 땅에 흡수되거나 흘러야 다시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있다. 경제 논리도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로 순환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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