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골프-승마-실내스키 배우니까 부유층 자녀 같나요?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6시 59분


“TV에서만 보던 골프를 제가 배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최경주 선수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프로골퍼가 되고 싶어요.”

5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돌봐줄 친척이 아무도 없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부천남중 1학년 김모(13) 군은 요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원미구 도당동에 있는 골프연습장으로 향한다. 연습장에서 매주 세 차례 티칭 프로의 지도를 받으며 프로골퍼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는 것.

김 군은 “공을 정확하게 쳐내는 스윙을 하려면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이 끝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며 “골프 연습을 시작한 뒤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부천시가 10월부터 부천지역 초중고교생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청소년 전인격(문예 체육기능 개발) 향상 프로그램 서비스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정부에 의해 지역주민을 위한 우수 복지 프로그램으로 채택돼 7억 원을 지원받게 되자 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사업에 참가해 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은 700명이 넘는다.

연간소득 5000만 원 이하 가정의 자녀가 대상이지만 희망자가 많을 때에는 김 군처럼 돌볼 부모가 없거나 생활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A형은 논술과 토론 과학 미디어 전통윤리 전통공예 체험학습 등을 한꺼번에 교육받을 수 있다. B형은 골프, 승마, 실내스키 등인데 A형에 비해 수강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 가운데 한 과목만 신청할 수 있다.

가장 있기가 높은 과목은 골프로 370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승마(210명), 논술(180명) 등의 순이다.

수강료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월 1만∼3만9000원을 내지만 저소득층 자녀는 무료다. 골프와 승마의 경우 시중에서 교육비로 월 30만∼50만 원을 내는 것에 비하면 무척 싸다.

시는 사회복지시설인 삼정종합복지회관과 고리울복지관에 교육생 모집, 선발, 프로그램 운영을 모두 맡겼다.

청소년들은 시가 마련해준 무료 셔틀버스를 집 근처나 학교 앞에서 타고 일주일에 3회씩 정해진 시간에 각 교육장을 찾고 있다.

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종곤 팀장은 “청소년에게 새로운 취미와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초 내년 1월까지만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 2월 이후에도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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