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왜 안오지?” 하얗게 질린 시민들

  • 입력 2008년 12월 9일 21시 19분


"오후 7시까진 부대에 들어가야 되는데 기차가 왜 이리 늦는지 모르겠어요. 첫 휴가부터 복귀시간 못 지키면 많이 혼날 텐데…. 어디 사고라도 난 건가요?"

9일 오후 4시 20분 서울 영등포역. 휴가를 마치고 충남 논산의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채모(20) 이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채 이병은 부대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 반 정도임을 감안해 오후 4시 3분 광주행 새마을호 열차를 타려 했지만 예정시간보다 20분이 지나도 열차는 오지 않았다.

채 이병의 어머니 김모(56) 씨가 종합안내소를 찾아가 출발지연을 항의했지만 "철도노조가 안전점검 투쟁을 한다며 차고지에서 열차를 늦게 내보내고 있어 정확한 지연시간도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회사를 상대로 투쟁한다면서 왜 승객의 갈 길을 막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들의 부대 복귀가 늦어져 불이익이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을 질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에 빠져 고향인 전남 장성으로 가려던 이영석(36) 씨도 열차가 30분 가까이 늦어지자 "안 그래도 입이 바싹바싹 타는데 무작정 기다리려니 1분이 1시간 같다"고 말했다.

매표소 옆 고객 게시판에는 "모두 다 힘든 시기에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건 횡포", "출발시간도 못 맞추는 안전점검이 어디 있냐" 등 불만사항이 적혀있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이른바 '안전운행 실천투쟁'을 이틀째 벌이고 있어 열차 지연에 따른 시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9일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8일 오전 8시부터 해고자 복직과 철도 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하며 열차 및 전동차의 검수를 규정대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8시 35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려던 무궁화호 열차가 30분 이상 지연되는 등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의 출발이 10분에서 40분까지 지연되고 있다.

8일에도 오전 5시 40분 서울 용산에서 출발하려던 무궁화호 열차 1551호가 10분 지연돼 이용객들이 항의하는 등 말썽을 빚었다.

코레일은 9일 "철도노조가 경제난에 따른 국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국민의 발을 볼모로 삼아 사규를 악용한 태업을 벌이고 있다"며 "철도노조가 불법적인 행동에 들어갈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2000여 명에 가까운 구조조정으로 점검자체도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며 "전동차는 각 역에서 30초간 정차하게 돼 있으나 출발 시간을 임의대로 조절해 그동안 문을 제대로 여닫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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