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 정대근씨 미묘한 20억 거래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① 2006년 1월 朴→鄭

朴, 휴켐스 인수타진 한달후

② 2006년 9월 鄭→朴

鄭, 뇌물혐의 보석 석방 직후

③ 2007년 7월 朴→鄭

朴, 남해화학 인수 추진 시기

④ 2008년 7월 鄭→朴

휴켐스 매각의혹 수사 본격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1월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에게 건넨 20억 원은 두 사람 사이를 두 차례 오가는 과정을 거쳐 31개월 만인 올 7월 박 회장에게 최종 반환됐다.

거액이 오간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돈이 오간 시점도 정 전 회장이나 박 회장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었던 때와 맞물려 있다.

우선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처음 차명 계좌로 이 돈을 건넨 것은 농협의 ‘알짜’ 자회사였던 휴켐스의 인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은 2005년 12월 말 정 전 회장을 찾아가 휴켐스 인수 의사를 전했고, 2006년 7월 2순위 업체보다 70억 원 싼 가격으로 휴켐스를 사들였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그해 9월 이 돈을 박 회장에게 돌려줬다. 정 전 회장은 4개월 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그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이 돈 때문에 또다시 구속되는 것을 피하려고 돌려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개월 후인 지난해 7월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다시 20억 원을 보냈다. 박 회장은 당시 농협의 또 다른 자회사인 국내 최대 비료 생산업체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 정 전 회장이 당시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직후여서 정 전 회장의 구명(救命) 로비와 이 돈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정 전 회장은 1년 정도 이 돈을 보관하다가 올 7월 박 회장에게 돌연 반환했다. 이번에는국세청이 박 회장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서고, 검찰도 휴켐스 매각 과정의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선 때였다.

두 차례 오간 20억 원이 모두 범죄행위로 판명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징역 5년형을 받아 복역 중인 정 전 회장은 돈을 돌려줬더라도 법률적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 40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간주돼,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더 복역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 전 회장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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