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국립부산국악원 ‘속 빈 강정’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7시 43분


28일 개관… 시설미비에 예술단 규모-인원도 축소될 듯

영남지역 국악인들의 숙원인 국립부산국악원이 28일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남원국립민속국악원(1992년)과 국립남도국악원(2004년)에 이어 지방에서 세 번째로 개원한 부산 최초의 국립문화예술기관이지만 정원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예술단 규모 및 인원 미확정, 시설 미비 등으로 무늬만 국립국악원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2002년부터 600억여 원을 들여 부산진구 연지동 옛 유솜(USOM·미국 대외원조처) 터 2만1359m²에 연면적 2만323m²로 지어져 대공연장(698석), 소공연장(276석), 관리 교육 연습실 등을 갖췄다. 건물 외부에는 계단식 야외공연장과 한국 고유의 정원 형식을 살린 안마당, 사랑마당 등이 만들어졌고 인근에 조성될 부산시민공원과는 구름다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원장과 2개과(행정지원과 장악과)를 둔다’는 직제만 있을 뿐 정원은 확정되지 않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 예술종합학교, 현대미술관 소속의 21명이 지원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주거비 등이 지원되지 않아 일부 근무자는 서울의 가족들과 떨어져 수개월째 여관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추진단 일이 모두 끝났고, 국악원이 개원한 마당에 정식 근무자로 발령이 나야 하는데도 별도 명령이 없어 어정쩡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4월 1원 4과(행정과 장악과 공연예술과 생활국악과)의 직제와 69명(3급 기관장 1명)의 정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부산국악원의 핵심인 예술단도 기악단, 성악단, 무용단 등 3개단 120명 규모로 모집할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운영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예술단은 연주단, 무용단 2개로 축소되고 인원도 60명 선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남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문을 연 부산국악원은 당분간 남도 및 남원국악원의 지원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무용단 분장실과 비품, 무대시설 등 부산국악원의 핵심시설뿐 아니라 관람객 편의를 위한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강필형 장악과장은 “현재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 인원이 필요한지 문화부와 협의 중이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 운영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국악원은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반 연악당에서 개원기념 특별공연을 마련한다. 동래야류 수영야류 동래학춤(11월 4일), 국립남도국악원 산조합주 남도들노래 씻김(11일), 부산시립무용단 처용무 부채춤(18일), 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춘향’(25일) 공연이 펼쳐진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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