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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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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정부 직불금 문제 집착 왜?
노무현 정부가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까지 지시한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의 ‘땅 부자’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이 제도의 수혜 대상을 확대한 노 정부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3월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존의 논농업 직불제(2001년)와 쌀소득 보전 직불제(2002년)를 통합·개편했다.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쌀 생산 농가의 피해를 보전하고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라 감소되는 농가소득 보상을 위해서였다.
제도 개편으로 농작물의 생산량 및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농지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당해연도 쌀값이 사전에 정한 목표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의 85%를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이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예전에 있었던 직불금 상한액이 폐지되는 등 겉으로는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는 듯 보였다.
실제 정부의 쌀 소득 관련 지원 금액은 2003년 1조4574억 원, 2004년 1조4954억 원이었지만 쌀 직불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엔 2조362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2006년에도 1조9295억 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6년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비경작자인 28만 명이 1683억 원의 직불금을 타간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감사결과는 농민과 서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했던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는 사안이었다.
감사원이 감사를 하던 2007년 상반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극심했다.
당초 ‘좋은 뜻’으로 확대 실시했던 쌀 직불금제가 엉뚱하게도 땅 부자들의 배를 불려놓은 셈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판도라의 상자’인 쌀 직불금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후엔 이미 대선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국회는 이미 대통령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농림부는 지난해 12월에는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 예고까지 마쳤지만 결국 국회에 보내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부조직법 개편 작업을 6월 말까지 하느라 대부분의 부처가 일손을 잡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농림부는 올해 10월에서야 뒤늦게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