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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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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채우기’ 벗어나 학문효용 경중 따져
선정委 40% 외부인사… ‘학과 이기주의 깨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가 학과별로 후보자를 추천받아 단과대가 직접 신임 교수를 특채하는 ‘학과 간 경쟁 특채’를 처음으로 추진한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농생명과학 분야 전임교수 특별채용 계획’에 따르면 박은우 농생대 학장은 내년 1학기에 임용할 부교수급 이상 교수 1명을 특채하기 위해 16개 소속 학부(과)와 전공 사무실에 이달 말까지 각각 후보자를 제출할 것을 6일 요청했다.
이는 학과별로 소수의 교수들이 신임 교수 채용을 결정하던 기존 채용 절차와 달리, 각 학과에서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학문성과가 더 뛰어난 교수를 단과대가 직접 채용하겠다는 것. 1995년 서울대 자연대가 이와 유사한 ‘중견교수 채용제’를 잠시 시행했지만, 당시에는 교육부가 새로 늘려준 교수 정원을 ‘공채’로 뽑은 것이었고, 그나마 1회로 그쳤다.
이학래 농생대 교무부학장은 “단일 학과보다 단과대 차원에서 인력 풀(pool)을 넓게 확보해 경쟁을 시키면 더 우수한 교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장무 총장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원을 약속했으며, 결과가 좋으면 다른 단과대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특채로 뽑는 교수 정원(1명)은 최근 원예학과 교수가 정년퇴직한 데 따른 것이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학과 간 경쟁을 통해 우수한 지원자를 최종 선발할 방침이다. 이 같은 교수 채용방식이 정착되면 사회적, 학문적 효용이 높아진 학과에 교수 인원을 더 충원하고 그렇지 않은 학과는 인원을 줄이는 탄력적인 채용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최근 건국대도 지원자가 저조한 히브리중동학과와 EU문화정보학과를 내년부터 폐지하고, 전공 교수들을 다른 학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특채에서 농생대는 총 10명 이내로 구성되는 ‘예비선정위원회’의 40%를 타 대학이나 연구소 출신의 외부인사로 채워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예비선정위는 각 학과에서 추천한 복수 후보자를 3∼5명으로 압축해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며, 인사위는 12월 중순경 이 중 한 명을 최종 선발해 총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채용 심사기준은 전공별 특성에 맞게 개별 적용한다. 예컨대 학술저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농생명공학 전공자는 농경제사회학 전공자보다 논문 심사기준을 높이고, 특허권 소유 여부도 고려한다.
또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면 세계적 석학으로부터 추천서를 3장 이상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농생대 교수들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기준(추천서 2장 이상)보다 높은 것이다. 해외 명문대 근무 경력이 있는 교수에게는 별도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교수 채용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이번 특채는 한국 교수사회의 고질적인 ‘학과별 이기주의’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교수 인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생대의 일부 학과들은 이번 특채방식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생대 측도 이 같은 교수들의 반발을 고려해 지난달 초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해 박 학장이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직접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