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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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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단 아니라고 진입로 확장 18년째 외면
2013년 확장 예정… “그사이 물동량 늘텐데…”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석유화학단지 진입로 ‘국도 38호선’의 당진군 가곡리와 대산읍 화곡리 구간.
대산유화단지를 가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에서 나가 이 도로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대형 화물차가 뒤엉켜 있었다. 왕복 2차로인 이 도로의 일부 구간은 차로 구분도 없었다. 도로 폭도 좁고 구불구불해 25.2km에 불과한 이 구간을 이동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인 대산유화단지에는 60여 개 기업이 입주해 매년 많은 세금을 내고 지역경제 및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단지가 민간기업이 조성한 산업단지라는 이유로 진입로는 그동안 도로 확장 및 포장 계획에서 늘 후순위로 밀렸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전봇대’인 셈이다.
○ 20년 가까이 뽑히지 않은 전봇대
삼성토탈, LG화학 등 대산유화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지난해 총 21조 원의 매출을 올려 국세(國稅)로만 3조2500억 원을 냈다. 지방세 납부액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이들 기업은 2010년까지 약 6조 원을 추가 투자해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고, ‘국도 38호선’을 이용하는 근처 석문국가산업단지 등에도 100여 개 기업이 새로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산유화단지는 다른 국가산업단지 등과는 달리 아직도 도로, 전기 등 기본적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산업단지에서 평택항 등으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로가 국도 38호선이다. 대산유화단지와 주변 산업단지 물류의 90% 이상이 이 도로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민간 기업들의 도로 확장 요구를 계속 외면해 왔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편도 1차로인 데다 도로 폭도 좁아 대형 트럭의 교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라며 “부분적으로는 차로 구분조차 되지 않은 곳도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는 매년 5∼7명의 교통 사망 사고가 발생해 전국에서 동일 거리 기준으로 최다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 전력 공급도 불안
현 정부 출범 후 진입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도로 확장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최근 ‘국도 38호선’을 일반도로에서 기간도로로 편입했다. 기간도로로 선정되면 예산 편성에서 우선순위로 검토되고, 도로 확장 기간도 일반도로에 비해 5년 정도 단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275억 원을 편성해 2013년까지 국도 38호선을 넓히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한 입주기업 임원은 “그나마 기간도로로 선정돼 다행이지만 매년 크게 늘고 있는 물동량을 2013년까지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충남도의 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국도 38호선의 하루 물동량은 평균 4만2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물동량 1만5000대의 3배에 육박한다.
도로뿐 아니라 업종 특성상 전력 소비가 많은 상황에서 대산유화단지 입주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도 걱정한다. 일부 기업은 10km가량 떨어진 대산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아직도 35km나 떨어진 서산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고 있다.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입주 기업들이 공장 내에 자체적으로 철탑을 세우고 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는 데다 송전선로가 대부분 단선(單線)으로 이뤄져 정전 때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서산=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