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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5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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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9월부터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출을 위해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5급 이하 직원 36명(여성은 10명)이 주 2회 씩 집에서 근무한다. 12월이 되면 시범 운영을 끝내고 확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환경부의 재택근무 결과는 몇몇 중앙 부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재택근무 한달 결과는 어떨까. 재택 근무 대상자들은 출퇴근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중도가 높아져 보고서 검토에는 분명 맞는 일이라는 것. 그러나 복무 시스템 접속이 인터넷 환경에 따라 잘 안될 때도 있어 그런 점은 불편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유덕 주무관은 일주일에 두 번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집에서 근무을 했다. 환경부가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까지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이 절감됐다. 아들(13)과 딸(8)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에 보내고도 여유가 있었다.
유 주무관은 “사무실처럼 혼잡하고 번잡한 곳이 아니라 내 집이기에 기획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단, 무실 PC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참고 자료들을 볼 수 없다는 점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거주하는 대기정책과 황수희 보건주사도 비슷하다. 그가 사무실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 하는 시각이 6시 40분. 3시간 출퇴근 시간이 단축됐다.
주부인 황 주사는 그 시간 동안 평소 하지 못했던 집안일을 할 수 있었다.
황 주사는 “여자이다 보니 화장시간도 줄게 돼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 7시 30분에 등교하는 고1 딸 아침밥도 차려줄 수 있고 배웅도 해 줄 수 있어 좋았다.
가족들이 대환영”이라며 “업무성격상 민원 업무가 많지 않다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중앙 부처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한 것은 환경부가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전자정부법 상 온라인 원격복무 규정을 마련해 두었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지난 2005년부터 시범 실시해 2006년 3월부터는 정식으로 실시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대상은 심사관들이다.
현재 중앙 정부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조직은 환경부와 특허청 딱 2군데뿐이다.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재택근무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행정안전부 복무담당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혼자 하는 일의 특성상 전 부처로 확대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특허청의 심사업무는 개별적 활동이고 회의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하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재택 근무의 환경이 되지 않는다”며 “환경부도 녹색 성장과 에너지 절약을 관장하는 부처이다 보니 시범적으로 과에서 1명 정도만 재택근무하게 했다. 전부처로 확대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혼자 일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 내 다른 사람과 협조하기도 어렵고 전화 통화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가장 큰 일은 ‘윗분’에게 설명을 하는 것.
이건 대면해서 서로 얼굴을 보고 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분위기 상 상사에게 전화로만 업무 설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재택근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센트럴랭커셔대학의 산디 만 박사가 영국심리학회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들에게는 외로움과 고립감, 좌절감이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동지애 외에도 기술적 지원도 중요한데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고장 나면 좋지 않은 일로 끝나지만 집에서 그렇게 되면 악몽이 된다고 만 박사는 말한다.
이렇게 한 쪽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제때라도 출퇴근했으면 하고 바라는 공무원들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현 정부의 ‘얼리 버드’ 습관은 아랫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 보통 윗분들의 회의 시간이 앞당겨 지면 아랫사람은 더 일찍 나와 회의를 해야 한다. 장관이 아침 7시를 전후해 사무실에 나오면 대부분 간부들이 이보다 먼저 출근하고 있다. 중앙 부처의 공무원들은 상당수가 평소에는 새벽에 출근하고 토ㆍ일요일 지난달 예산 결산 때 밤 12시 1시까지 대기한다. 주5일 근무에 9시 출근 6시 퇴근은 꿈 꿀 수조차 없다. 물론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 정부보다 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적응이 돼 덜 힘들다”며 “공무원 중에 근무가 많다고 불만 갖고 있는 분들은 없다”고 단언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생각도 그럴까. 중앙 부처 공무원 정 모 씨는 “정부 바뀌고 10시 11시 퇴근 하던 것이 현재는 1시 2시 퇴근 한다”며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상관들은 말로는 ‘당신들은 쉬라. 우리만 나오면 된다’고 한다고 하지만 밑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교육공무원 고 모 씨는 “정부가 공무원에 적대적인 것 같다. 죄인 다루듯 몰아친다”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 이해는 하지만 공무원 사기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