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戰’ 비웃듯… 성매매 업소 ‘불야성’

23일로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됐다. 경찰은 최근 성매매 척결 결의대회를 여는 등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훈구 기자

■ ‘성매매와의 전쟁’ 선포 강남 르포

“단속 피할수 있다” 경찰 결의 날에도 불밝혀

장안동 일부 업주는 장소 옮겨 원정 영업도

“요즘 경찰이 하도 난리를 쳐서 불안한데 오는 사람 있어요?”(기자)

“저희도 다 할 만하니까 하는 겁니다. 안심하고 오세요.”(서울 강남구 A안마업소 종업원)

22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 A안마의 종업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A안마는 서울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성매매 업소 중 하나. 지난해 3월 경찰의 단속이 이뤄졌을 때 연간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드러났을 정도다.

강남 성매매 업소 중 대표급으로 알려진 만큼 최근 경찰의 성매매 단속 움직임에 움츠러들 법도 하지만 A안마의 네온사인 간판은 여전히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성전(性戰) 결의대회 날에도 영업

A안마뿐 아니라 대부분의 강남권 성매매 업소는 경찰의 ‘강남 성전’ 등 최근 전국의 성매매 업소로 확산되는 집중 단속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성매매 척결 결의대회’를 열고 낮에 논현동의 한 업소에서 긴급 단속을 벌였던 19일에도 성매매 업소들은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경 낮에 경찰 단속이 이루어진 업소 근처 B안마, C안마 등도 평소처럼 불을 밝힌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주말인 20, 21일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경찰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삼성동 모 호텔 근처 D안마와 유사 성행위 업소로 알려진 E마사지, F마사지도 주말 내내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 업소의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걸리지 않기 때문에 영업을 한다. 경찰 단속을 미리 알고 피할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업소를 찾는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원정 성매매’ 등 풍선효과 나타나

경찰의 성매매 전쟁이 지속되면서 ‘풍선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성매매와의 전쟁의 시발점이 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은 지속적인 경찰 단속으로 성매매 업소들이 문을 닫은 상태. 그러나 여전히 일부 업주는 승합차 등을 동원해 성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을 차에 태워 동대문구를 벗어난 지역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 주민인 이모(31) 씨는 “늦은 밤 시간에 성매매 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근처를 지나다니다 보면 ‘차를 전세내서 멀리 가서 할 수 있다’고 꾀는 ‘삐끼’들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장안동의 성매매 업소에서 근무했던 여성 중 일부가 강북 지역 오피스텔이나 모텔 등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