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이적단체 본격수사 신호탄?

  • 입력 2008년 8월 26일 20시 44분


경찰이 26일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계자들을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 표현물 제작 배포 혐의로 전격 체포함으로써 그동안 방치돼온 일부 극렬좌파단체에 수사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방치돼 왔던 이적단체들에 대한 수사가 앞으로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적단체 수사 신호탄?=경찰은 사노련이 구성된 올해 2월부터 이 단체의 활동 상황을 자세히 관찰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년 정도 전 이 단체의 구성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실제로 조직이 구성된 뒤에는 집중적으로 동향을 파악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거 정부 시절에 상대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의 공안부서가 힘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그동안 비교적 큰 제약을 받지 않은 채 활동해 온 좌파, 이적단체들도 계속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충남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권 아래서 공안 분야가 위축됐던 게 사실"이라며 "정권의 성향이 바뀐 만큼 앞으로는 이 분야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북관계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국내 실정법에 비해 너무 공안 분야에 대한 수사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노련의 성격은?=사노련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반(反)자본주의적 내용을 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단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의 입장'이란 글을 보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은 노동자계급이 위대한 임무를 완수하려면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혁명적 과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공장과 사무실, 각 지역에서 선출되는 노동자와 그 밖의 피착취 근로인민의 대표자기관을 국가 최고 권력으로 세우기 △경찰과 상비군을 폐지하고 노동자와 인민 민병대로 대체 △국유화된 모든 산업과 은행 통합해 노동자국가가 계획적으로 운영 등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노련은 지난 5월부터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도 깃발 등을 들고 꾸준히 참가해 왔다.

그러나 사노련은 북한, 중국, 동유럽의 공산당을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지배자들의 정당'으로 규정하며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의 노동자 계급과의 통일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친북 성향의 단체가 아닌, 국제사회주의혁명을 꾀하는 트로츠키주의자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오세철 교수는 누구?=사노련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체포된 오 명예교수는 민중정치연합 대표, 한국경영학회 회장, 연세대 상경대학장 등을 지낸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원로학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오 명예교수는 진보적 사회학을 가르치는 사회과학대학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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