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속에 ‘떨고 있는 의원들’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 檢, 소환불응 문국현 대표 체포영장 청구

검찰 고강도 수사… ‘수뢰의혹’ 김재윤 의원도 압박

13년간 체포동의 28건중 통과 전무 ‘방탄국회’ 오명

창조한국-민주당 반발속 한나라-선진 공조 미지수

검찰이 정치인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면서 여의도가 긴장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은 17대 국회에 비해 줄었지만 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기류가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검찰에 의한 ‘사정정국’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법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공동대표와 양정례, 김노식 의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무소속 김일윤 의원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특히 검찰이 20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정치권은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것인지, 후속 타자가 또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문국현 체포동의안 통과될까

국회법에 따라 회기 중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영장 발부 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올 연말까지는 임시국회 및 정기국회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어서 국회의 동의 절차는 필수다.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은 연이어 성명을 내며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분위기다. 자유선진당 역시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회기 중 현역 의원 체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문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당 지도부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친(親)이명박계의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는 점을 들어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당의 핵심 관계자는 “문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는 창조한국당과의 정책 공조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사례는 제헌국회 이후 8건에 불과하다. 14대 국회 때인 1995년 10월 16일 옛 민주당 박은태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13년간 제출된 28건의 현역의원 체포동의안 중 가결 처리된 것은 없었다.

○ 올림픽 환호 속 한파 부는 여의도

문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가 검찰의 비리 수사 태풍지대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초반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전전긍긍하는 양상이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와 관련된 뇌물 수수사건을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군납비리 의혹 등으로 한나라당은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이 서서히 야권을 정조준하기 시작하면서 야권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병원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김재윤 의원 사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검찰이 여당인 한나라당을 먼저 손본 것이 야당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과거처럼 ‘야당 탄압’ 등을 앞세워 검찰수사를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사건 관련자의 경우 지위고하와 소속을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8·15 경축사에서 “임기 동안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이 결국 야권을 향한 사정 정국의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김재윤 의원 “29일 자진 출두”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김 의원이 20일 출석 연기를 요청함에 따라 29일 출석하라고 다시 통보했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20일 출석하라는 마지막 통보를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헌법적·법률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 측은 변호인을 통해 “20일은 국회 일정 때문에 출석할 수 없고 29일경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경 지역구인 제주에 외국법의 적용을 받는 병원을 설립해 주겠다면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인 코스닥 상장회사 N사로부터 3억여 원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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