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외치다 경찰 오면 “대~한민국”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경찰 ‘거리응원 가장한 불법시위’ 골치… “도로 점거땐 해산”

‘거리 응원이야? 불법 시위야?’

카메룬과의 올림픽 남자축구 D조 조별리그 첫 경기가 벌어진 7일, 경찰은 오후 9시 50분경 서울 여의도 KBS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24명을 불법 시위 혐의로 연행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축구 중계를 보며 거리 응원을 하고 있었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가 진압 작전 기미가 보이자 응원전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과 함께 본격화한 거리 응원전을 빙자해 불법 거리 시위가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날 “올림픽 기간 중 길거리 응원이 불법 가두시위로 변질될 경우 엄정 대처하라”는 지시를 일선에 내려 보냈다.

경찰은 축구와 야구 등 인기종목의 경기가 있는 날에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 중 일부가 불법 시위를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시위대가 응원전에 편승해 시위와 응원을 연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우려되는 날은 대형 응원전이 예고된 10일(축구 이탈리아전), 13일(축구 온두라스전, 야구 미국전), 16일(야구 일본전) 등이다. 서울 청계광장 응원을 기획하고 있는 대한올림픽후원회와 SK텔레콤은 이들 경기에 최대 4000여 명의 시민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참가 인원에 따른 경비 계획을 세우고 교통경찰 특별 근무령까지 내렸다. 응원단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지만 시위로 변질될 경우 엄단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응원을 마치고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 초기부터 이동을 막고 해산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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