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사컴퓨터 뒤져 기말고사 정답 빼내 시험

  • 입력 2008년 7월 16일 18시 27분


인천 옹진군 덕적면 덕적고등학교 학생이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교사들의 컴퓨터에 들어가 정답을 빼돌린 뒤 시험을 치른 사실이 들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16일 인천시교육청과 덕적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 학교 2학년 K군이 교무실에 탁구 라켓을 빌린다며 들어간 뒤 교사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음악, 체육 과목을 제외한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컴퓨터에 차례로 들어가 정답을 빼돌렸다.

K군은 2학년 학기말 고사 정답을 빼돌려 자신의 메일로 보낸 뒤 다시 1학년 학기말 고사 정답을 차례로 찾아 평소 친한 L군(1학년)의 메일로 보냈다.

이들은 빼돌린 정답을 이용해 7월 1~4일 치러진 학기말 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1학년 L군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 쌍둥이 형제와 친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소문이 퍼지면서 교사들은 뒤늦게 정답이 유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교사들은 갑자기 성적이 좋아진 문제의 학생을 불러 비슷한 문제를 풀게 했지만 답을 적어내지 못하면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학교 측은 "K군이 교무실에 들어왔을 때는 수업이 끝난 뒤라 교사들이 자리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이들 학생들의 점수를 무효로 처리하고 최하점을 줬다. 또 5일 동안의 교내 봉사활동을 하도록 했다.

시험지와 정답을 소홀히 관리한 해당 교사들에게는 학교장 명의로 경고 조치했다.

하지만 덕적고는 이같은 사실을 최근까지 인천시교육청 등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 교육청은 진상조사를 벌여 학교장의 비호 의혹이 밝혀질 경우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덕적고 관계자는 "교사들의 경위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진상보고를 늦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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