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민 ‘10조 투자유치’ 일냈다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박준영 전남지사(왼쪽)와 콜린 타이 차이나텔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45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박준영 전남지사(왼쪽)와 콜린 타이 차이나텔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45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을 추진하는 전남도 기업도시기획단은 지난해 7월 미국 트러스그룹의 한국지사에 사업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상대방이 투자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업도시기획단은 곧이어 대만에 있는 트러스그룹의 아시아총괄본부에 투자를 권유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투자 결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트러스그룹이 중국에서도 카지노호텔 사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기획단은 “한국에서는 외국인카지노 사업이 가능하다. J프로젝트 사업은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니 사업성이 충분하다”며 설득을 거듭했다.

제1회 지역투자박람회가 열린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남도는 트러스그룹의 자회사인 차이나텔 및 대만 후주(互助)건설과 J프로젝트 사업지구 내 용지를 개발하면서 카지노호텔과 골프장을 건설하는 사업에 45억 달러(약 4조7250억 원)를 유치하는 투자계약을 성사시켰다. 트러스그룹에 제안을 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1년간 거의 매일 대만에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요구하는 자료가 있으면 즉각 만들어 보내준 것도 여러 차례였죠. 대만 쪽 사람들이 인적 관계를 중시한다고 해서 아예 ‘의형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어요.”(기업도시기획단 조병섭 씨)

이에 앞서 지역투자박람회 개막식이 열린 3일 전남도는 모두 11건, 5조1555억 원의 투자협약(MOU)을 맺어 함께 참가한 다른 시도 관계자의 부러움을 샀다.

▶본보 4일자 A1면 참조

기업들, 16개시도에 20조 투자

전남도가 3, 4일 이틀간 맺은 투자협약 또는 투자계약 금액은 모두 9조9000억 원 규모로 4일 오후까지 체결된 전체 금액 19조 원의 절반을 넘는다.

이처럼 전남도가 이번 지역투자박람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데 대해 전남도 관계자들은 “박준영 지사부터 일선 공무원, 읍면동 단위의 주민까지 모두 투자 유치를 위해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도는 올해를 ‘기업 투자 유치의 원년’으로 정한 데 이어 295개 읍면동에 주민과 상공인으로 구성된 기업유치위원회를 만들고 ‘한 동네 한 기업 유치 운동’까지 벌였다.

전남도 송영종 투자정책관은 “주민의 투자 유치는 물론이고 해외에 나가있는 고향 사람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투자유치를 권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오션호프해운 윤현영 사장은 “전남도는 1억, 2억 원의 소규모 투자라도 매주 MOU 체결식을 열어주고 공무원들이 기업 리스트를 가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잘 안 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오션호프해운은 100억 원을 투자해 요트 등 고급 소형 선박 제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지역투자박람회에서 만났던 한 지방자치단체의 기업유치팀장은 “솔직히 이번 전남도의 투자유치 금액에 놀랐다”며 “지자체 스스로도 노력하면 훌륭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부러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4단체와 전국 16개 시도가 공동 주최한 지역투자박람회는 앞으로도 매년 한 차례씩 열릴 예정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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