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파업’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부산항 1000여명 결의대회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이 13일 국내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항 신선대 기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경들이 배치돼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항 1000여명 결의대회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이 13일 국내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항 신선대 기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경들이 배치돼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부산=연합뉴스
“기름값 너무 올라 통행료-밥값 빼면 빈손”

운송거부 차량 25%가 화물연대 非조합원

컨테이너 차량으로 서울∼부산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사 김영돈(47·부산 동래구 안락동) 씨는 “17년째 화물차를 몰지만 올해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경유 값이 너무 올라 기름 값과 통행료, 식대를 제외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이 거의 없어서다.

김 씨는 한 달에 12, 13번 서울∼부산을 왕복한다. 1박 2일 일정이지만 여관비를 아끼기 위해 차 안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꼬박 한 달을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70만 원 정도.

그나마 김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물차 할부 값을 갚아야 하는 운전사 중에는 하루 만에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집을 담보로 차를 구입한 화물차주는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한다. 무리하다 보니 고속도로에서 졸다가 사고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전면 운송거부는 이렇듯 ‘생계형 파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조합원이 아니면서 동참하는 운전사가 예상보다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화물차 운전사 사이에 ‘이렇게는 더 버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조합원의 90% 이상이 운송거부에 동참할 것이다. 상당수가 먼저 파업 여부를 문의했다”고 말했다.

13일 운송을 거부한 화물차는 전국에서 1만1000여 대. 정부는 이 중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을 25%가량(2700여 대)으로 추산한다.

화물연대 비조합원이 운송거부에 적극 나서자 이들을 대체 투입하려던 정부의 비상 수송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화물연대는 2003년과 2006년에 운송거부를 할 때 동참하지 않은 운전사의 운송을 방해했다.

경유가가 폭등하면서 이번 운송거부가 시작됐는데 이는 화물연대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다.

운송료 인상 등 화물연대의 요구를 적절한 선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운송거부가 대규모로 번지고 장기화할 상황이 예상된다.

한편 화물연대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수산업노조는 13일 이후 추가되는 화물은 운송거부에 따른 대체수송 물량으로 보고 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또 정부가 운송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와 금속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민주노총은 6월 말∼7월 초로 예정했던 총력 투쟁을 총파업 투쟁으로 바꾸고 시기를 1주일 정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근처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합원을) 구속하거나 공권력으로 탄압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관련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중단하고 바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과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최근 상황으로 인해 야구로 종목을 바꿨다. 1번 타자는 화물연대, 2번은 건설노조, 4번 타자는 금속노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경유값 3개월만에 내림세

3월 둘째 주 이후 계속 오르기만 하던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이 3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1100개 주유소를 표본으로 실시한 6월 둘째 주(9∼13일) 석유제품 가격 조사결과 경유 값은 L당 1912.02원으로 한 주 전보다 5.1원 떨어졌다.

경유가격이 내린 것은 3월 첫째 주 1495.67원에서 둘째 주 1482.00원으로 내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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