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부터 차로 점거… 시위대 일부 경찰과 충돌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다시 끌려나온 전경버스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청와대로 진출하기 위해 전경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다시 끌려나온 전경버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청와대로 진출하기 위해 전경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있다. 홍진환 기자
■ ‘72시간 촛불’ 이틀째

300여명 천막-잔디밭서 밤샘 뒤 다시 참가

북파공작원 단체와 몸싸움… 일부 부상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점거한 가운데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5만6000여 명은 서울 종로와 세종로 사거리, 안국동, 태평로 일대를 누볐다.

경찰은 세종로와 동십자각 사거리 등 청와대로 가는 길에 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시위대의 진행을 막았지만, 종로구 신문로에서는 한때 시위대에 밀렸다.

이에 앞서 전날 밤 거리시위에 참가했던 300여 명은 서울광장 주변에 설치한 30여 개의 천막과 잔디밭, 청계광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경찰 압도한 시위대=이날 청와대를 향한 1000여 명의 시위대는 종로구 신문로 새문안 교회 근처에서 전·의경과 충돌했다.

수백 명의 경찰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시위대에 밀려 전경 10여 명이 한때 억류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한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세종로에서도 전경 한 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옮겨졌다. 일부 시위대는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경찰버스 한 대를 밧줄로 끌어냈다.

이에 앞서 시위대는 6일 정오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주변에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1시 50분경 3000여 명이 차도로 진출해 2000여 명은 세종로 사거리를 거쳐 안국동을 지나 청와대와 가까운 삼청동 근처까지 진출했다.

시위대 중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및 인터넷 카페에 소속된 10, 20대 청소년이 눈에 많이 띄었다.

국민대책회의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오후 4시부터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무시 고시 강행 이명박 정부 심판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서울광장의 가두시위와는 달리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이 많았다. 통합민주당 정세균 송영길 최재성 의원도 참석했다.

경찰은 교통진행 방해를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했지만, 이들은 예정보다 이른 오후 4시 반 도로에 나와 종로∼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이동해 오후 6시경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시위대는 오후 8시 반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다시 거리행진에 나섰다.

▽전직 북파공작원과 충돌=6일 오후까지 서울광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와 북파공작원의 넋을 기리는 단체가 팽팽한 긴장 속에서 불안한 ‘동거’를 계속했다.


▲ 영상취재: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전직 북파공작원과 특수첩보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은 위령제를 마친 후 오후 8시경 서울광장에서 철수할 때까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팽팽한 긴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해산 과정에서 충돌을 빚었다.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7명과 촛불시위 참여자 3명이 몸싸움을 벌여 오후 9시 10분경 경찰에 연행됐다. 이 중 서울대생 이모 씨가 인근 병원에 실려 갔다.

북파공작원 출신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잔디가 깔린 광장 중앙에 7700여 개의 전사자 위패와 3개의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회원 400여 명이 돌아가며 108배를 올렸다.

광장 동편에는 서울시 주최로 7일까지 열리는 세계여자스쿼시대회 본부 천막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행인들이 천막 줄을 피해 다니느라 불편을 겪었다.

주변 차도는 양측이 끌고 온 차량과 방송사 중계차량으로 2, 3개 차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인터넷에서는 “특수임무수행자회 간부 15명이 4일 청와대의 국가유공자 오찬에 참석한 후 촛불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위령제 장소를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서울광장으로 옮겼다”는 비난이 나왔다.

그러나 이 단체는 “청와대 오찬에는 다른 보훈 관련 단체 관계자 250여명과 함께 참석했고 판교는 200명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로 장소가 비좁아 위패를 충분히 모실 수 있고 교통도 편리한 서울광장으로 옮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대생 사망설 유포 40대 구속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로 모 지방지 취재부장 최모(48) 씨를 6일 구속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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