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순수성 지키자” 커지는 자정 목소리

  • 입력 2008년 5월 30일 19시 39분


"이들은 '다함께'라는 급진 좌파 운동단체 소속이다. 우리시민들의 순수한 물결을 방해 하고 있다."(ID '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체 정화 작업에 나섰다.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와 '안티 이명박' 카페 등에는 가두 행진을 주도하는 단체들에 대해 '빠져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운동권 취급받기 싫다

반자본주의 노동자단체인 '다함께'의 회원으로 최근 몇 차례 시위에서 확성기를 들고 가두 행진을 지휘한 '확성기녀'에 대한 비난 글이 가장 많았다.

가두 행진을 지휘하는 확성기녀가 오히려 일반인과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를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 받기 좋게 만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고라에 글을 올린 ID '빨간문어'는 "확성기녀는 자발적인 모임을 이끌려고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ID '야사'는 "그들의 구호는 시민 다수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물러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28일과 29일 시위대를 따라 가두행진을 했던 김모(28) 씨도 "촛불시위 뒤 가두행진에 같이 참석했던 사람들이 확성기녀의 모습을 보며 '너무 선동하는 것 같다' '뒤따르는 모든 사람이 운동권 취급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확성기녀에 대해 프락치 의혹까지 제기했다.

아고라에 글을 올린 ID '싸울아비'는 "확성기녀가 계속 시위대를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건 문제 있는 거고 그때마다 사라지는 건 분명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ID '안단테'는 "매일같이 선동해서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는 곳으로 몰고 가는걸 보면 닭장차 투어 가이드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프락치 검사'도 논란

일부 시위대가 일부 시민들을 프락치로 오해하고 신분증 검사와 같은 '프락치 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글이 올라 왔다.

아고라에 글을 올린 ID '깡깡이'는 "29일 광화문 근처에서 '유모차 부대'를 지켜보고 있는 데 어떤 아주머니가 '당신 사복경찰이냐'고 물어서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안티 이명박 카페'에 글을 올린 ID 'ssori7'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며 프락치 논쟁을 중단하자고 요청했다.

아고라의 ID '좌절금지'는 "시위 뒤에는 쓰레기를 제발 치우자"는 제안을 하며 "시위에 관해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잘못 꺼내면 프락치로 몰리니 무섭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11시경에는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시위대 10여 명이 30대 남성 2명을 둘러싼 채 신분증을 꺼내라고 요구하다 이를 말리는 또 다른 시위대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촛불시위는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미 쇠고기 수입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린 뒤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또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학생운동권도 31일과 1일 대학로, 서울광장, 서울역 등에서 '한국 대학생 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주말 촛불시위가 최대 규모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