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116호 경남 고성 거류초등교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아이에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23일 오후 경남 고성군 거류초등학교 내 학교마을도서실에서 ‘왜 하필 책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독서교육 전문가 정석희 씨. 사진 제공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아이에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23일 오후 경남 고성군 거류초등학교 내 학교마을도서실에서 ‘왜 하필 책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독서교육 전문가 정석희 씨. 사진 제공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독서교육 전문가 정석희씨 특강

“영어 수학보다 독서가 위인 만들어 자녀와 함께 책 읽고 대화 나누세요”

“아이 교육의 목표를 학교 성적 1등에만 두지 마세요. 도서관에서 책을 못 읽게 하면서 학원에서 영어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안 됩니다. 성적은 꼴등이지만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아요.”

23일 오후 3시 경남 고성군 거류면 당동리 거류초등학교 2층 도서관. 학부모 30여 명이 눈을 크게 뜨고 강의에 집중했다. 독서교육 전문가인 정석희(56) 씨가 ‘왜 하필 책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정 씨는 20여 년 동안 독서 관련 강연 활동을 해왔으며, ‘학부모의 시간’ 등 EBS-FM 어린이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8년 동안 진행했다.

특강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거류학교마을도서관’의 개관식과 함께 이뤄졌다. 학교마을도서관으로는 116번째다.

“여러분도 친구 지우개를 몰래 잘라 써본 적 있으시죠? 인간은 누구에게나 악한 면이 있습니다. 아이가 위인전을 읽다가 ‘왜 위대한 작가가 젊을 때 정신 나간 것처럼 나쁜 행동을 해요’라고 물었을 때 말이 막히면 안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두운 그림자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데 악이 작아지면 곧 그것이 창의적 에너지로 변해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 씨는 “인성과 감성이 함께하는 사람다운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은 독서가 유일하다”며 “아이와 함께 책을 보고 그 내용을 소재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 신은미(38) 씨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시험 점수만 갖고 꾸짖기 쉽다”며 “앞으로는 독서 모임을 만들어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연습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옥자(49) 씨도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려 하지 말고 독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해야겠다”며 강의 내용에 공감했다.

개관식에는 이정섭 고성교육청 교육장, 이용학 고성 부군수,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은 거류초교에 도서 3000권을 지원했다.

고성군청과 교육청은 이날 오전 교육청사에서 ‘작은 도서관…’과 ‘책과 더불어 살맛나는 고성 만들기를 위한 학교마을 도서관 설치·운영 협약’을 체결해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고성군의 모든 읍·면장과 19개 초등학교장이 참석해 독서문화 확대에 대한 열기를 보여줬다.

고성=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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