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첫 단추 잘못 끼운 대가

  • 입력 2008년 5월 14일 05시 48분


#1. 경남 마산시는 15일 구산면 수정만매립지에 STX중공업을 유치하기 위해 시, 주민, 업체가 참여해 협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해 우려가 있는 업체는 절대 안 된다”는 반대 측 주민의 반발이 여전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

STX는 최근 수정마을발전기금 40억 원을 은행에 예치했다. ‘마산발전범시민협의회’는 14일 매립지에서 찬성 집회를 연다. 마산시는 공무원 현지 파견에 이어 지역 신문까지 활용해 공세를 펴고 있다.

STX 유치 방침은 황철곤 시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쇠락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려는 그의 충정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따르라’는 구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개발독재시대가 아니다.

23만 m²의 매립지 주변에는 380여 가구, 1000여 명이 살고 있다. 마산시가 겪는 어려움은 그들과 충분한 교감 없이 밀어붙인 탓이다.

#2. 지난해 6월 준공한 마산소방서 개청식이 얼마 전에 열렸다. 11개월 동안 건물을 놀린 이유는 경남도(소방본부)의 ‘억지’ 때문이었다. 민간인 땅에 토지사용 승낙만 받고 49억여 원을 들여 청사를 지은 뒤 마산시에다 땅 값을 내라고 요구했다. 관행이 그렇다는 것. 우월적 지위로 압박하자 마산시는 지난달 말 55억5600만 원을 지주에게 주었다. 경남도소방본부는 예비비에서 그동안의 용지임차료 1억 원도 지급했다.

감사원은 최근 지방재정법 등을 어긴 경남도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소방업무는 광역자치단체 소관이어서 청사 건립도 모두 경남도 예산을 들이는 게 정상이라는 것.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시설물을 1년 가까이 묵혔고, 예산도 낭비했다.

두 가지 사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과정과 결과가 뒤틀린다는 점을 가르쳐 준 훌륭한 반면교사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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