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김대중 대교?… “전남도가 한참 오버”

  • 입력 2008년 5월 14일 05시 48분


“다리 이름을 정하면서 정작 당사자와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주민들은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성명서가 나오자 격앙된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전남도가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1420m) 명칭을 ‘김대중 대교’로 결정하는 과정이 떳떳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명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의한 적이 없었다. 전남도에 김 전 대통령의 실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대중 대교’라는 다리이름 때문에 구설에 오르자 이날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2000년 6월 공사가 시작돼 이달 말 개통하는 이 다리를 그동안 ‘압해대교’로 불러 왔다.

그러나 전남도는 인터넷과 우편 공모에 400여 명이 응했고 자문위 투표에서 김대중 대교 15표, 압해대교 14표가 나왔다며 김대중 대교로 최종 결정했다.

압해면 청년연합회, 주민자치위원회, 이장단, 수산경영인회 등은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김대중 대교라고 이름이 붙으면 압해도가 마치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7월 이름을 정해 놓고도 대선과 총선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가 개통을 코앞에 두고 발표했다”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남도는 다리 명칭 재검토가 불가피해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왜 사전에 협의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가원수에게 물어보는 게 실례일 수 있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현재 광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고 전남도청에 김대중 강당, 목포시에 후광로가 있다.

압해도의 한 주민은 “전남도가 오버해도 한참 오버한 것 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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