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값싸고 명품 강의… 맞다! 방과후학교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방과후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방과후학교는 학원비의 20∼30%에 불과한 비용에다 교육 내용도 좋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교육청의 경우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강북지역에서는 학교마다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특색 있는 방과후학교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방과후학교 실태와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초등생∼고교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늘듯

○ 수준 높은 강남의 방과후학교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방과후학교는 지역의 특성상 수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강남교육청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5개 중학교를 거점학교로 선정해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던 것을 올해 10개 학교로 확대했다. 5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두 곳씩이며 △언북 △대치 △중동 △영동 △반포 △언주 △개포 △역삼 △신동 △휘문중이 거점학교로 선정돼 있다.

과목별 수강료가 3만∼6만 원으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만1757원으로 사설 학원의 과목당 평균 수강료 11만5700원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수준 높은 강의에 있다.

중고교에서 명강의로 소문난 교사를 비롯해 EBS강사 출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등의 경력을 보유한 교사 등 283명이 449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개포중에 개설된 토익·토플반은 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현재 대미통역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철 씨가 강사를 맡고 있다. 이 강의를 들으려면 수강 전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하고, 학년 구분 없이 무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영동중에 개설된 논술 강의는 인근 학교에서 120여 명의 학생들이 강사를 따라 이동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나의 논제를 주고 한 번에 글을 쓰도록 하는 일반 학원들과 달리 90분 동안 단계적으로 논술을 쓰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미선(서운중) 교사는 “교직생활을 하며 축적한 독서 토론 논제집을 활용해 아이들이 글쓰기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주중의 ‘영어심화연구반’과 ‘CNN 뉴스청취반’도 인기다. 이 프로그램의 강사인 염혜선 교사는 아이들에게 숙제를 e메일뿐 아니라 MP3 파일로 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강의에서 7, 8회 시험을 치를 때마다 학부모와 직접 접촉해 아이들의 영어 성적에 대해 설명해 주고 또 학부모와 아이의 공부 방법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으로도 소문나 있다.

염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만큼 아이들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학원 못지않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개포중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윤미경(15) 양은 “수준별로 반이 나뉘어 있기 수업 효과가 뛰어나다”면서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긴장감도 있고 공부도 더 잘된다”고 말했다.

강남교육청은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와 고교에서도 거점학교 중심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방과 후 보육교실로 맞벌이 부부에 인기

다른 지역에서는 개별 학교별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당산초등학교는 ‘방과후 보육교실’이 인기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3학년 맞벌이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보육교실에 머물면서 피아노, 원어민 영어, 독서논술, 중국어 교실 등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받고 퇴근하는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귀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맞벌이 부모의 반응이 좋다. 아이들이 전담 교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숙제도 하고, 학교에서 나오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저녁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방과후 보육교실 비용은 저녁식사를 포함해 6만 원 선이다.

이 학교 신미정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가족이 데리러 올 때까지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교실은 일종의 ‘학교 안 가정’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시흥초, 세곡초, 대방초, 동구로초, 온수초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신일고 방과후학교는 논술프로그램이 강점이다.

이 학교는 매주 수요일 하루 1시간 반씩 고교 1, 2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사들이 통합논술 강의를 실시한다. 현재 이 강의는 통합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현재 1, 2학년 각 30여 명씩 수강하고 있다. 1년 수강료가 16만2000원으로 웬만한 논술학원 한두 달 수강료보다 저렴하다.

특강 교사도 신일고뿐 아니라 다른 학교 교사들도 초빙하고 있다.

1학년 최찬희(16) 군은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아 주장을 간명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부족했는데 방과후학교 논술 특강을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굳이 논술 학원을 다녀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서울중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짜는 방법을 배우는 스터디플래너반, 천일중은 EBS와 연계한 전 과목 패키지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인헌중은 올림피아드 준비 학생을 위한 과학올림피아드반, 수유중은 국어능력인증시험 대비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방과 후 학교에 영리업체가 참여하게 되면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돼 학생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강남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통계
2008년 3월 현재 2007년 4월 현재2006년
학교급총학생수참여학생수참여학생비율총학생수참여학생수참여학생비율참여학생비율
초등학교5만3228명3만446명57.2%5만4930명2만9790명54.3%35.5%
중학교3만6675명1만7274명47.1%3만6693명8019명21.8%6.8%
합계8만9903명4만7720명53,1%9만1623명3만7809명41.2%
자료 : 강남교육청

거점학교 및 참여학교
거점학교참여학교
언북중신사중 구정중
대치중구룡중 진선여중 단대부중 개원중
중동중개원중 대왕중
영동중서운중 서일중 서초중 이수중 언남중
반포중과천중 서문여중 세화여중 신반포중
언주중봉은중 청담중
개포중개원중 국악중 중동중 대왕중 구룡중 대치중 대명중 송파중
역삼중도곡중
신동중경원중 신반포중
휘문중대명중 대치중
거점학교 : 학생들이 방과 후에 학원에 가는 대신 국어 영어 수학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강남 지역에 지정된 10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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