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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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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와 달리 둘째나 셋째 아이 기를 때는 시행착오가 적어 키우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대개 맏이 때는 대부분의 ‘초보 부모’들이 육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둘째나 셋째는 어찌 보면 부모의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는 복을 타고 나는 셈이다.》
○“아이 개성 살리는 교육을 하죠”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심영예(36·서울 용산구 이촌동) 씨는 큰아이를 몰아쳐 이것저것 많이 시킨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둘째 아이만큼은 개성을 살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밀어줄 생각이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란 둘째 아이의 사회적 성취감이 첫째 아이보다 15% 정도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영숙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는 “개성을 살려줄 수 있는 부모의 여유가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선 심 씨 가정을 들여다보면 두 자녀의 성장 과정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큰딸 주현(13) 양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영어회화를 배우러 다녔고 학원을 가장 많이 다닐 때는 영어 수학 피아노 미술 등 7개의 학원을 요일마다 번갈아 다녔다.
하지만 동생 성준(9) 군은 검도와 미술 등 취미 위주의 예능학원 세 곳만 다닌다. 누나의 고달팠던 유년기에 비하면 훨씬 쉬운 하루 일과다.
그 대신 성준 군은 남자 아이답지 않게 부엌에 자주 들락거린다.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성준 군은 귀가 뒤 간단한 요리를 손수 만들어 먹는다. 계란을 몽글몽글하게 익혀 만드는 스크램블드에그는 그의 단골 메뉴다.
심 씨는 “큰애가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면 ‘왜 요리에만 관심 있을까’ 고민하면서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했겠지만 둘째에게는 엄마 욕심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성준이가 원한다면 요리사로 밀어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첫째 못지않은 둘째, 셋째
동생들은 부모의 인정과 칭찬을 얻기 위해 형이나 누나의 약점을 잘 찾아내고 그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둘째 이후의 아이는 선천적 능력보다 후천적으로 스스로를 개발하고 성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환경 자체가 형과 누나를 이기도록 단련돼 있다는 얘기다.
딸 현정(12) 양과 아들 주혁(10) 군을 둔 남선희(42·서울 강서구 가양동) 씨는 “가끔 함께 공부를 시킬 때가 있는데 동생이 더 잘할 때가 있어 놀라곤 한다”며 “지기 싫어하는 아이 기질이 ‘누나만큼 해야지’라고 마음먹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은 “둘째와 셋째 아이들의 삶은 형이나 누나를 따라잡기 위한 끝없는 ‘달리기’와 같다”고 말했다. 형과 누나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오 원장은 “경쟁은 질투와는 다른 개념으로 최선을 다해 배운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둘째 이후의 아이들은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타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의 방법도 쉽게 배운다”고 덧붙였다.
○“늦둥이도 똘똘해요”
대부분의 부모는 늦둥이가 되기 쉬운 둘째, 셋째 아이가 건강이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40세에 막내아들 평화를 낳은 한의사 정지행(43) 씨는 “막내가 첫째, 둘째 아이보다 더 건강하고 똘똘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정 씨 부부는 20대에 큰아이, 30대에 둘째 아이를 낳은 뒤 더는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 씨는 “돈을 벌면 얼마나 벌고, 유명해지면 얼마나 유명해질까. 환갑 넘어 돌이켜 보면 애들 낳은 게 제일 뿌듯할 것”이라는 남편의 설득에 결국 셋째 평화를 낳았다.
지난달 세 돌이 지난 막내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파서 병원에 갔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먹는 것도 아이답지 않게 된장 김치 브로콜리 등 소위 참살이(웰빙) 음식을 잘 먹는다.
정 씨는 “나이 사십 평생 내가 제일 잘한 일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폐경 되기 전에 아이 한 명을 더 갖고 싶은데 막내가 ‘동생’이라는 말을 싫어해 심사숙고 중”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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