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징역 10년-벌금 150억 선고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법원 “BBK 치밀한 계획 범행… 국내 정치상황 악용”

BBK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경준(42·수감 중·사진) 씨에게 징역 10년, 벌금 150억 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1월 김 씨의 돌연 귀국 이후 5개월 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사건은 김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나면서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윤경)는 17일 “이 사건은 재산 이익을 노린 통상적인 경제 범죄로 김 씨가 국내의 정치 상황을 이용해 범행 본질을 희석시키고 국가기관의 기능을 훼손했다”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아닌 대한민국을 무대로 한 거짓 연극으로 태산을 요동치게 하고 겨우 쥐 한 마리 잡았다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주가조작과 횡령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외국계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외국 자본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이렇게 모은 회사 자금 319억 원을 교묘한 방법으로 해외로 빼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세탁을 위해 가명 계좌를 사용한 것은 물론 사망한 동생의 여권으로 미국을 출입하는 등 범죄를 철저히 감추려 했다”며 사문서 위조에 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루 의혹에 대해선 “특검 등을 통해 이미 무혐의로 입증돼 판단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김 씨의 횡령과 주가조작 등 범죄 여부가 중심이지 BBK 소유 관계는 공소 사실과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김 씨가 미국으로 빼돌린 돈으로 호화생활을 했으면서도 소액주주들의 피해 회복에는 무관심했다”며 “법정 증인에게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소액주주를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등 개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 사건 등과 관련해 올해 2월 미국 민사 재판에서 636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받은 상태다. 향후 소액주주들의 민·형사 소송이나 기획입국설 등의 수사 향방에 따라 김 씨의 형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재판정에 처음으로 수의를 입고 나온 김 씨는 평소와 달리 머리에 헤어제품을 바르지 않은 채 초췌한 모습으로 조용히 선고를 받았다. 재판정에 나온 김 씨의 어머니는 재판 시작 전부터 오열하기 시작해 선고 시작 5분 만에 재판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핵심 증인인 김백준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을 재판부가 증인으로 불러 세우지 않은 것은 유권무죄(有權無罪)식 재판”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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