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실제로 최근 한 교육업체가 초중학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736명이 ‘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 청담어학원이 주최한 ‘제2회 CDI Speaking & Writing’ 대회에서 본선에서만 560명이 넘는 학생들과 경쟁해 최우수상을 받은 초등학생 3명에게 작문실력을 키울 수 있는 영어 공부법을 들어봤다.》
■ CDI 경시대회 최우수상 초등생 3명 “난 이렇게 했어요”
○ 엄마가 동화를 들려주듯 문법 가르쳐
박민수(11·서울 대진초 5년) 군은 “엄마에게 동화를 듣듯 배운 문법수업이 작문실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영어학원을 다녀도 어느 시점이 되니까 자주 사용하는 문장만 반복하고 문장력이 늘지 않는 단계가 오더라고요. 결국 고민하다가 집에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민수 군의 엄마 이성림(40·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의 말이다.
이 씨는 자신이 모르는 단어나 문법까지 당장 외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 아래 민수가 문장 속에서 단어와 문법을 익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수, 복수’에 대해 배울 때도 ‘한 개, 여러 개’처럼 쉬운 말로 설명해 민수의 이해를 도왔다.
동사를 설명할 때는 “동사네 집에는 3형제가 살고 있어요. 큰형 이름은 조동사, 작은형은 본동사, 막내는 be동사. 조동사가 항상 맨 앞에 오는 것은 큰형이니까 힘이 가장 세서 그런 것이죠” 하는 식으로 민수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애썼다.
현재진행형은 “동사네 집 막내 be동사랑 작은형 본동사는 지금 ‘잉(ing)’이라는 이름의 공주와 사랑하고 있어요”하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기본 문법이 다져지고 어휘력이 늘자, 평가를 위해 급조된 글이 아닌 논리적이고도 알맹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영어일기를 쓰는 습관도 영작문 실력에 큰 도움이 됐다. 민수는 “한두 줄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영어일기를 쓰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원어민 선생님과 놀듯이 공부해요
강민지(13·부산 광남초 6년) 양은 원어민 선생님과의 홈스쿨링을 잘 활용한 사례.
민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방문하는 원어민 선생님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가까워졌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스파게티를 만들어 본다든지, 꽃가게에서 꼬마 선인장을 사다가 화분에 옮겨 심는 등 원어민 선생님과 즐겁게 놀면서 영어와 친구가 됐다.
억지로 외우지 않고도 함께 요리를 하면서 ‘(재료를) 씻는다’ ‘(냄비에) 끓인다’처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의 뜻과 쓰임을 익힐 수 있어 어휘력이 크게 늘었다.
“어려운 단어나 딱딱한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라 그런지 이번 주 수업이 끝나는 순간부터 다음 주 수업이 기다려져요.”
주 1회, 1시간씩 원어민 교사의 방문 수업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 원 선.
‘혹시 문법적으로 틀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없어지자 머릿속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제는 원어민 선생님이 문법이나 표현상의 오류를 바로잡아 주는 ‘빨간펜 첨삭’을 오히려 즐길 정도가 됐다는 어머니 류정임(38·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의 말이다.
3월부터 민지는 영자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한글 신문에서 읽었던 내용 중 재미있었던 기사들을 영자신문에서 확인하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영자신문도 술술 읽어내는 것이 목표다.
○ 무리한 선행학습보다 해석 위주의 복습이 최고
정선민(10·제천 의림초 4년) 양은 영어교육에 불리한 지방 거주 학생이라는 약점을 기회로 바꾼 사례.
“선민이의 영어공부는 주 3회 다니는 학원수업이 전부예요. 서울의 영어마을, 영어유치원처럼 일찍부터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어머니 이미화(40·충북 제천시 하소동) 씨는 영어학원에서 한 번 공부했던 교재를 방학을 이용해 집에서 복습하는 전략을 택했다.
무리한 선행학습보다 아이에게 익숙한 교재를 반복 학습시키는 편이 기초실력을 다지기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복습은 아이의 재미 위주로 진행하고 문법은 해석을 위해 꼭 필요한 정도만 가르쳤다.
아이가 ‘∼이다’를 어떤 때는 ‘is’라고 쓰다가 다른 때는 ‘am’이라고 쓰는 이유를 물으면, 무리해서 ‘be 동사’의 종류를 설명하기보다 문장 해석 과정에서 단어 사이의 관계나 문장의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했다.
나머지 시간은 영어가 아닌 한글로 쓰인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혔다.
“영어실력은 탄탄한 국어실력이 뒷받침돼야 길러진다”는 이 씨의 굳은 믿음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선민이는 요즘 ‘통찰하다’ ‘인지하다’ 같은 고급단어도 영어사전에서 찾아볼 만큼 어휘력이 크게 늘었다.
선민이의 영어 공부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전자사전이 아닌 종이사전을 이용한다는 것.
선민이는 “처음에는 알파벳 순서가 가물가물해 간단한 단어를 찾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은 종이사전에 익숙해져 동생에게 사전 이용법을 가르쳐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