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실종 5건 원점서 재수사

  • 입력 2008년 3월 23일 20시 38분


경기 안양 초등학생 실종살해사건의 피의자 정모(39) 씨가 2004년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죽였다고 시인했다.

이예진 우예슬 양을 포함하면 정 씨의 범행에 의한 피해자는 3명. 경찰은 다른 범행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기 남부지역의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환각상태에서 성추행=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4시 경 집에서 소주 2병을 마시고 본드를 흡입했다.

이어 오후 6시 경 집 근처 가게에서 담배를 산 뒤 돌아오다가 혜진, 예슬 양을 만났다. 정 씨는 두 어린이를 위협해 집으로 데려와서 옷을 벗기고 1시간가량 몸을 만졌다.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성추행 사실이 드러날까 봐 두 어린이의 입을 막아 질식사시켰다. 화장실에서 시신을 토막내고 렌터카를 몰고 가서 수원시 호매실 나들목 근처 야산과 시흥시 군자천에 버렸다.

정 씨는 이런 내용을 자백한 뒤 22일 오후 현장검증에서 재연했다. 현장검증은 유가족,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4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양의 어머니 이모(42) 씨는 "제발 저 놈 얼굴만 보여달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군포 40대 여성도 살해=2004년 7월 군포시 금정동에서 실종된 A(당시 44세) 씨도 살해했다고 정 씨는 밝혔다.

전화방 도우미인 A 씨를 금정동의 모텔에 불러 살해한 뒤 시흥시 월곶 쪽의 다리에서 바다를 향해 던졌다는 주장.

A 씨는 실종 직전 휴대전화로 정 씨와 4차례 통화했다. 당시 경찰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했지만 거짓말탐지기의 '거짓' 반응 외에는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풀어줬다.

경찰은 "정 씨가 A 씨를 살해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정확한 장소를 지목하지 못했다. 범행동기와 수법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사건 전면 재수사=경찰은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수원 화성 군포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실종사건 5건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특히 실종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중국교포 김모(39·여) 씨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6일 오전 6시10분경 안양시 관양동 노래방에서 30대 남자와 나갔다.

휴대전화 전원이 화성시 마도면에서 꺼진 뒤 행방이 묘연하다. 이 노래방은 정 씨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4㎞, 차로 10분 거리.

김씨가 실종됐을 당시 정 씨는 대리운전 일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없어서 경찰이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경찰은 "안양 노래방 도우미 실종 외에 4건과 관련해서는 정씨의 행적이 확인돼 관련성이 낮다고 보이지만 A 씨 살해사실을 시인한 만큼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안양=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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