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부부-사촌형제가 생명의지 신장 맞교환 이식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새생명의료재단의 가족교환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장을 맞교환하게 된 주인공들. 왼쪽부터 장미옥 씨, 장 씨의 남편 신모 씨, 박소자 씨, 박 씨의 사촌동생. 사진 제공 새생명의료재단
새생명의료재단의 가족교환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장을 맞교환하게 된 주인공들. 왼쪽부터 장미옥 씨, 장 씨의 남편 신모 씨, 박소자 씨, 박 씨의 사촌동생. 사진 제공 새생명의료재단
17일 한양대병원 신장내과병동 2030호.

15년 만에 만난 사촌형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열세 살 차이의 사촌형제는 왕래가 뜸해 함께 나눈 추억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형 박소자(46) 씨는 4년째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 치료를 받아온 사촌동생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작은아버지에게서 입은 은혜 때문이다.

홀어머니와 살아온 박 씨는 숙부를 아버지처럼 의지했다. 직업군인이었던 숙부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무일푼으로 상경한 박 씨에게 신혼집을 마련해 줬다.

박 씨 형제의 병실 옆 2027호에는 박 씨 형제와 신장을 교환할 결혼 10년차 부부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부인 장미옥(36) 씨는 2년 전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남편을 위해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아내의 결심에 남편 신모(42) 씨는 “아내에게 진 생명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꿋꿋한 가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일찌감치 신장 기증을 결심했지만 이들 형제와 부부는 지난해 말까지 애를 태웠다.

조직형 검사 결과 이식이 불가능한 사이로 밝혀진 뒤 1년 넘게 기증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새생명의료재단의 가족교환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장 맞교환 대상자를 찾게 됐다.

박 씨는 신 씨에게, 장 씨는 박 씨의 동생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이웃 병실에 입원해 있지만 인사조차 나눌 수 없다.

2000년 개정된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기 기증자와 수여자 간에 신상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박 씨 동생은 18일, 신 씨는 20일 한양대병원에서 각각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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