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망설임도 없이 3분 28초만에 ‘상황 끝’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 CCTV 영상에 잡힌 ‘숭례문 방화’

《13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된 숭례문 방화사건 범인의 범행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CCTV 영상 속 범인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숭례문 담을 넘어 불과 4분 만에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연기에 휩싸이게 했다.》

화면속 범인 뛰거나 서두르는 모습 안보여

숭례문 CCTV서도 범인 추정 영상 발견

13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된 숭례문 방화사건 범인의 범행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CCTV 영상 속 범인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숭례문 담을 넘어 불과 4분 만에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연기에 휩싸이게 했다.

▽치밀한 사전 계획 입증=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은 경찰청 교통관제센터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 옥상에서 원거리 촬영한 것이다.

숭례문 서쪽 상공에서 내려다본 숭례문과 주변 도로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CCTV 화면 위 시각이 10일 오후 8시 41분 45초를 알리는 순간 화면 왼쪽에서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범인은 곧장 숭례문 왼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 1층 누각 앞 담에 도착했다. 몇 차례 반짝이는 하얀 점이 범인을 따라 같이 움직였다.

곧이어 범인은 사다리를 놓은 뒤 담을 넘어 누각 안으로 들어갔다.

범인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진 뒤 2분 15초가 지난 오후 8시 44분 50초. 숭례문 2층 누각 서쪽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20초 뒤 연기의 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오후 8시 45분 10초. 범인이 다시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범인은 누각 안으로 들어갈 때 사용했던 사다리를 이용해 담을 넘은 뒤 서쪽 계단을 따라 숭례문을 내려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3분 28초 만에 영상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누각 안으로 들어갈 때나 누각을 빠져나와 숭례문을 내려올 때 범인은 뛰거나 서두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거리에서 촬영된 영상이어서 범인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남대문경찰서 이혁 수사과장은 “CCTV 화면상의 시간이 실제보다 4분 느려 범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당시 정확한 시간은 오후 8시 45분 45초였다”고 말했다.

▽“화면 속 용의자가 범인”=이 과장은 “CCTV 영상에 찍힌 범인은 구속영장이 신청된 채모(70) 씨”라며 “채 씨도 ‘화면 속 인물이 내가 맞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또 “영상 속 범인의 이동경로 및 범행 시간대가 채 씨가 자백한 내용과 일치하고, 목격자의 진술 내용과도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당시 버스를 타고 숭례문 옆을 지나던 이모(31) 씨 등 목격자들은 “머리가 흰 60대 전후의 남자가 사다리를 어깨에 메고 누각 위로 올라간 뒤 숭례문에서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숭례문에 설치된 4대의 CCTV 중 하나에서도 범인의 움직임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찾아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숭례문 ‘3번 CCTV’에서 범인의 혐의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영상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이 CCTV에 찍힌 범인이 채 씨와 동일인인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건국기념회(회장 이철승)는 성명서를 통해 “사건 책임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현관이자 상징인 숭례문 복원에 정부와 국민이 전력을 기울이자”고 주장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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