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사회 등친 ‘짝퉁 인생’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2분


‘신정아 사건’이후 학위-자격증 위조 215명 적발

조모(68) 씨는 2006년 9월 미국에 노벨대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조 씨는 ‘노벨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정규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한국 학생들을 유혹했다.

미국 학위를 딸 수 있다는 말을 믿은 국내 고교 졸업생 등 17명은 등록금 명목으로 조 씨에게 총 3450만 원을 건넸다.

조 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연치유전문강사 양성’이라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자연치유사 자격과 약사 면허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이 말에 넘어간 21명은 등록금 명목으로 조 씨에게 총 5250만 원을 냈다.

하지만 이 대학은 미국에서 인가조차 받지 않은 유령 대학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검찰청은 신정아 씨 가짜 학위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간 학위 및 자격증 위조 사범을 특별 단속했다. 모두 215명을 적발해 6명을 구속 기소하고 20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위조 유형은 다양했다.

▽“나 Y대 나온 사람이야” 학력 위조 뒤 취업=전북 군산시의 한 입시 학원에서 국어강사로 일한 정모 씨. 말솜씨가 좋은 데다 서울 Y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생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원생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 씨의 졸업장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 상가에서 11만 원을 주고 만든 ‘짝퉁 학위’였다. 정 씨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회사원 서모 씨는 높은 토익(TOEIC) 점수로 원하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토익 성적표는 컴퓨터로 위조된 가짜였다. 위조 사실이 드러나자 서 씨는 회사에서 쫓겨났고 형사 처벌도 받게 됐다.

▽‘해외 대학 졸업했다’ 속여 장교 임관=K대 사회교육원 전임강사인 황모 씨는 1999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사회교육원(2년제)에 들어오면 자매결연을 한 4년제 필리핀 기독교 대학의 학위를 받아서 학사장교에 임관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27명의 학생은 1인당 5200달러(약 470만 원)를 내고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않은 채 ‘가짜 학위’를 받았다. 필리핀 대학은 황 씨가 아는 이모 목사가 세운 학교로 돈이 없어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검찰은 “황 씨가 육군 여성정책자문위원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이 같은 일을 꾸몄다”며 황 씨와 이 목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했다.

육군 검찰은 지난해 10월 가짜 증명서를 제출해 학사장교로 임관한 현직 장교 13명의 임용을 취소하고 군사법원에 기소했다.

▽의사 변호사 사칭 행위=경남 창원시에서 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한 김모 씨는 병원 수입이 신통치 않자 2006년 초부터 병원 홈페이지에 자신을 의학박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전문의 과정만 수료했고 박사 학위는 없었다. 김 씨는 검찰의 특별 단속에 걸려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은 또 김 씨를 비롯해 한의사, 건축사,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 없이 이를 사칭하거나 자격증을 빌려 관련 업무를 한 123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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