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탈취 용의자, 전국 휘젓고 다니며 검문 한번 안받아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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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이 다행히 추가 범행 없이 마무리됐지만 탈취범을 쫓았던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일주일 동안 용의자 조모(35) 씨의 도주 행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조 씨가 군경 합동으로 벌인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비웃듯이 전국을 활보하며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나 조사 결과에 따라 검문검색을 담당한 군경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멍 뚫린 검거망=사건 발생 이후 군경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번번이 뒷북만 쳤다.

6일 오후 5시 40분경 사건이 발생하자 군은 6시 반경 대간첩침투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이어 6시 45분부터 사건 발생 현장인 인천 강화군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군경 합동 검문검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 조 씨는 이미 강화군을 유유히 빠져나가 오후 7시 10분에는 서서울요금소를 통해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이미 현장에서 60여 km를 벗어난 상태였다.

오후 7시 38분에는 청북요금소를 통과해 경기 화성에 들어섰다. 조 씨가 통과한 지 4분이 지난 뒤에야 경찰은 청북요금소에 배치됐다.

경찰은 한술 더 떠 “용의 차량이 앞에서 달리고 있다”는 결정적인 시민의 제보도 무시했다.


촬영 : 신세기 기자
촬영 : 박태근 기자


촬영 : 신세기 기자
촬영 : 박태근 기자

오후 7시 53분 한 시민이 “국도 39호선 발안요금소 근처인데 용의 차량이 요금소 쪽으로 좌회전한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용의 차량이 통과하지 않았다”는 요금소 직원의 얘기만 듣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 역시 탈취된 무기가 범행 현장에서 300여 km나 떨어진 전남 장성으로 옮겨질 때까지 그 흔적조차 쫓지 못했다. 결국 조 씨는 군경의 이 같은 허술한 포위망 덕택에 일주일 동안 전국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었다.

▽엉뚱한 용의자 추적=합수본부는 수사망을 피하려는 범인의 의도에 말려 특수부대 전역자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엉뚱한 수사에 시간과 인력을 허비했다.

조 씨는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도주 시간을 벌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화장지에 초를 꽂아 시간이 지나 (승용차에) 불이 붙게 했다”고 밝혔다.

조 씨의 의도대로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40분경에야 불에 탄 용의 차량을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이 불탄 차량 주변의 경계를 강화할 때는 이미 조 씨가 경기도를 빠져나가 전북 쪽을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합수본부는 또 사건 직후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혈흔과 용의자가 떨어뜨리고 간 모자 안경 등을 수거해 DNA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용의자가 특수부대나 해병대 출신의 AB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씨는 편지에서 “경찰의 수사망을 돌리기 위해 민간인에게서 혈액과 모자 등을 구입한 후 범행 현장에 방치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군경은 사실상 자수와 같은 조 씨의 편지가 없었다면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촬영 : 김민지 동아일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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