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김용철 변호사의 소환 조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 본인의 진술과 그가 갖고 있는 삼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선 참고인이지만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과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이 13일 그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해 피고소인 신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검찰 수사는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그동안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50억 원이 든 차명계좌 존재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이재용 삼성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 증식 등 세 가지 의혹에 맞춰져 있다.
우선 검찰이 김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50억 원의 성격 등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결과 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가 삼성이 관리했다고 주장한 ‘떡값 검사 명단’에 대해 검찰은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가 아직 돈을 줬다거나 돈을 준 정황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선 김 변호사의 진술이 없으면 삼성 비자금 수사에 진전이 있을 수 없는 만큼 김 변호사의 검찰 출석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순항할 것 같지는 않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13일 고발인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그룹의 금품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이귀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김 변호사가 공개한 이 전무의 재산 증식 관련 문건에 대해 “김 변호사 말대로 문건이 2000년에 작성됐다면 2003년 9월 29일, 30일 제일기획 유상증자와 관련한 검찰 수사 내용이 어떻게 포함될 수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3자 연석회의를 열고 특검 법안을 14일 발의해 정기국회 회기 중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특검도 방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의 지명 철회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천 대변인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의혹을 제기한 측(김 변호사)이 확보한 내용을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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