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피내사자 신분 바뀔 가능성 있다”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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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30일 국세청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로비의 홍보물. 연합뉴스
현직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30일 국세청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로비의 홍보물. 연합뉴스
검찰이 세정(稅政) 최고책임자인 전군표(53) 국세청장을 현직 상태로 소환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강한 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검찰은 18일 정 전 비서관 구속 이전에 이미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를 상당 부분 진척시킨 채 말을 아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 국세청장 소환 뒤 형사 처벌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심 속 결단=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비리이긴 해도 수사를 위해 현직 국세청장을 소환하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곤혹스럽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현직 수장(首長)을 수뢰 혐의로 수사하는 것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검찰과 국세청 간 기관 갈등설도 불거졌다. 소환 시기를 놓고 부산지검 수사팀이 ‘속전속결’을 요구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등 이견을 보인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날 전국 검찰에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사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입조심’을 지시한 것도 전 국세청장 소환을 앞두고 국세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 국세청장이 현직 신분으로 소환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도 검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세청장이 소환되기 전에 거취를 정리하지 않고 정면 승부에 나선 만큼 검찰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그분(전 국세청장)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수사 단서가 드러난 이상 원칙에 따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하지만 신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전 국세청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올 것이 왔다”=검찰의 소환 방침이 전해지자 국세청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 국세청장이 수차례에 걸쳐 결백을 주장하며 동요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개청(開廳) 이후 처음으로 현직 국세청장이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만큼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6000만 원 상납설’이 일회성 인사 청탁이 아닌 국세청의 오랜 관행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직원은 좌절감까지 토로하고 있다.

반면 전 국세청장은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하는 등 의외로 담담하게 대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퇴설’까지 흘러나왔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게 국세청 고위 간부들의 전언이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먼저 사의 표명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원칙 아니냐.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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