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곤 前청장 2차공판 또 연기, 檢 ‘6000만원 진술’ 보강수사

  • 입력 2007년 10월 24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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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연기됐던 정상곤(53·구속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사건 2차 공판이 24일 검찰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9일로 또 다시 연기됐다. 정 전 청장의 공판이 연기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전 전 청장이 받은 뇌물 1억 원 중 6000만 원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건넸다는 진술 내용이 보도된 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정 전 청장의 공판이 연기됨에 따라 검찰이 정 전 청장 진술의 보강 수사를 위해 공판일정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 국세청장에게 건네진 6000만 원이 정윤재(44·구속)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주선으로 이뤄진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기소) 씨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대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광범위한 청탁에 대한 일상적인 사례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앞으로도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며 수사 상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18일 정 전 비서관 구속 이전에 일찌감치 정 전 청장의 이런 진술을 받아낸 뒤 관련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청장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있고 진술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의 진술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전 국세청장을 뇌물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돈의 대가성 규명이 선결과제로 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정 전 청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으로 가기 위한 인사 청탁을 위해 뇌물을 건넸다는 관측도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 경우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청장은 자신의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하는 진술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정 전 청장이 로비의 큰 틀 속에서 '메신저' 또는 '배달부' 역할을 했을 경우에만 전 국세청장에 대한 진술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보다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전 국세청장은 24일 오후 6시 25분 경 퇴근길에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품 상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수뢰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어 "검찰 수사 중인데 말이 말을 낳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러분(언론인)을 피했다"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리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날 국세청 직원들이 물리력으로 기자들의 취재를 막은 데 대해 "어제 불미스러운 일은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 국세청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 무렵 대검찰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검찰이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청와대는 조사 차원은 아니었지만 전 청장에게 상납 의혹과 관련된 사실 확인 작업을 벌였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별도로 조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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