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외고 입시 공인영어시험 반영 안한다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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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09학년도부터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가 토플 토익 텝스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입학전형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또 현재 30% 수준인 중학교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점차 높이고 2010학년도에는 특별전형도 전면 폐지할 방침이어서 외고 입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원 대일 명덕 서울 이화 한영 등 서울지역 6개 외고 교장단은 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9학년도 입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신 위주 선발 전환=교장단은 “토익 텝스 등에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몰려드는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공인영어시험 점수를 입학전형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토플 대란’과 관련해 4월에 2009학년도 입시에서 토플을 제외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영어 성적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공인영어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교장단은 현재 내신을 30% 정도 반영하고 있으나 2009학년도에 40%로 높인 뒤 점차 확대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또 학교별로 다양한 특별전형을 1, 2개로 대폭 축소하고 2010학년도부터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전형을 노리던 일부 수험생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개 외고 정원의 약 30%인 600여 명이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그동안은 내신이 다소 떨어져도 어학특기 등이 있으면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지만 내신 위주 전형으로 바뀌면서 중학교에서도 피 말리는 ‘내신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신 위주 전형이 외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자칫 성적우수 학생만 선발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어듣기 구술면접 강화될 듯=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전형에서 제외하는 대신 영어듣기와 구술면접 등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외고들은 영어듣기평가나 에세이 등을 공동으로 출제하거나 학교별로 실시할지를 올해 말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10년 도입할 예정인 ‘학년별 영어평가시험’을 활용하고 영어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토플 토익 등 어학 사교육 수요가 주춤하겠지만 내신 또는 개별 외고 대비 사교육을 없애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고들이 입시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경우 문제 수준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국제공인이 되지 않는 영어시험을 준비하고 다시 유학 대비용으로 토플 토익을 준비하는 것은 이중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외고, 왜 물러났나=교육부가 외고를 사교육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특성화고로 전환하거나 현재 외고 중에서 아예 3, 4개 학교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외고들이 전략적으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외고 설립을 전면 유보하면서 외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서 서울의 외고들이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정부의 강경 대책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의 교감 아래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화외고 장덕희 교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이번 개선안은 외고가 어린 학생들을 토익 토플 등에 과도하게 내모는 등 사교육을 조장한 측면이 있었던 점을 일부 인정한 것”이라며 “중학 교육과정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성삼제 교육복지정책과장은 “특별전형을 없애고 토익 등을 배제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외국어 우수자를 위한 대책 없이 내신만 강화할 경우 역시 외고 설립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6개 외고 입시 운영 변화 비교
현행변경안
토플 토익 텝스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 반영2009학년도부터 공인영어시험 성적 배제
내신 반영비율 30%2009학년도에 40%로 높인 뒤 점차 확대
학교별 5∼7개 특별전형으로 평균 30% 학생 선발 2009학년도에 특별전형 1, 2개로 축소 뒤 폐지
일부 학교 교육과정에 자연계 심화선택과목 운영2008학년도부터 자연계 교육과정 완전 폐지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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