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정신지체의 역경, 바벨 들듯 넘어라”

  • 입력 2007년 8월 31일 0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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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쪽을 10도 정도 바깥으로 벌리는 게 좋아.”

29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의 위덕대 역도장. 특수학교인 명도학교(포항시 북구 우현동) 역도부 7명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바벨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위덕대 역도부원 10명은 동생 같은 명도학교 학생들에게 “허리 자세가 S자 모양으로 돼야 한다”, “몸이 부드러워야 힘을 낼 수 있다” 등의 충고를 해 줬다.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명도학교 역도부원들이 이날 위덕대를 찾은 것은 다음 달 10일 경북 김천시에서 열리는 제2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전국 최고 수준인 위덕대 역도부 형들에게서 한 수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창단한 위덕대 역도부는 올해 7월 김삼영(24·사회체육학부 4학년) 씨가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을 비롯해 이달 초 열린 제7회 전국대학생역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비롯해 메달을 12개 따는 등 전국 30개 대학 역도부 가운데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명도학교 학생을 지도한 위덕대 역도부 임영철(21) 주장은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정강이와의 간격이 넓어 중심이 뒤로 쏠리곤 한다”며 “이런 자세만 바로잡아도 실력이 많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6회 전국대회에서 53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던 고교 1학년 과정인 명도학교 남진희(18) 군은 올해는 56kg으로 높여 출전한다.

남 군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형들이 자상하게 가르쳐 줘서 벌써 실력이 늘어난 느낌”이라며 “김천 대회에서도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명도학교는 1998년에 역도부를 창단했지만 학교 형편 때문에 전문코치의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데리고 온 명도학교 최태정(44) 체육교사는 “국가대표를 배출한 역도부답게 수준이 높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정기적으로 위덕대 팀의 지도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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