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당신의 간판” 토종 실력파 박사 외국大서 ‘러브콜’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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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립대 생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유영제(36) 씨.

그는 학사에서 박사까지 학위를 모두 충남대에서 받았다. 생물화학 관련 논문 47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그는 세계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국방부가 수여하는 우수연구자상도 받았다.

유 씨처럼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탄탄한 실력을 토대로 모교가 아닌 외국 대학에서 자리를 잡는 ‘토종’ 박사들이 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 강의를 강화하는 한편 교수들에게 해외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도록 독려하면서 생긴 소득이다.

▽‘토종’ 박사들의 해외 질주=학계에서는 토종 박사 출신으로 외국에서 교수로 임용된 학자들이 적어도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텍 박사 출신으로 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된 사례는 모두 11건. 중국 대학에 5명을 비롯해서 미국 5명, 캐나다 1명으로 이들의 전공은 물리학과 4명, 화학과 2명, 생명학과 2명, 기타 3명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 대학 박사 출신 9명이 외국 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2005년 임용된 윤석현 박사는 하버드대, 지난해 임용된 조영빈 박사는 캐나다의 명문 토론토대 교수로 자리 잡았다.

국내 명문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대 출신 박사들도 외국 교수로 속속 임용되고 있다.

유 씨와 같은 충남대 출신 김은영(41·여) 씨는 2004년 미국 노스텍사스대 의류학과 조교수로 발탁됐다. 아주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양의혁(40) 씨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실험실 선임 연구원 등을 거쳐 올해 초 미국 뉴저지 주 스티븐슨공대 부교수로 임용됐다. 전남대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수경(31·여) 씨는 2004년 생명과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미국 베일러대 의대 조교수 자리를 꿰찼다.

서울대는 이공계열뿐만 아니라 경영대 출신 외국 교수까지 배출했다. 2003년 박형진(38)씨가 미국 테네시마틴대의 경영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데 이어 지난해 손병철(42) 씨가 홍콩 시티대 경영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홍콩 시티대의 경우 학과장이 한국 박사들은 인터뷰 없이 무조건 뽑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토종 박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명 학술지 통해 실력 입증=토종 박사들의 선전에는 국제적인 학술지에 실리는 국내 학자들의 논문 증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 생명공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 셀 등 3개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학자들의 논문 건수는 1994∼97년 6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8∼2001년 36건, 2002∼2005년 49건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저명한 해외 학술지에 게시되는 논문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토종 박사들의 실력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능력 위주로 선발하는 외국 대학의 특성도 토종 박사의 진출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근호 미국 노던스테이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대학만 6000여 개에 이르러 교수를 뽑을 때 학연 지연 등에 얽히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간판보다는 그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 임용보다는 재임용이 더 어려워 토종 박사 약진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과학기술원 박사 출신 외국대학 교수(2003~2006)
이름전공대학
이애자수학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용만기계공학영국 워릭대
김일민전기전자공학캐나다 퀸스대
강형우전산학미국 미주리주립대
함동한산업공학영국 미들섹스대
이동엽생명화학공학싱가포르국립대
하두영전기전자공학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윤석현물리학미국 하버드대
조영빈기계공학캐나다 토론토대

포스텍 박사 출신 외국대학 교수
장영태화학과미국 뉴욕대
김창용물리학과미국 노스웨스턴대
곽준명생명학과미국 메릴랜드대
김도형생명학과미국 미네소타대
이정수전기공학과미국 텍사스대
이성식물리학과캐나다 맥매스터대
왕선지물리학과중국 상하이대
조삼영물리학과중국 충칭대
오운철신소재공학과중국 연변과학기술대
김동일컴퓨터전자통신학부중국 연변과학기술대
최승운화학과중국 연변대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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