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캔자스대 학력조회’ 아예 안했다

  • 입력 2007년 7월 17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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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가 16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신정아 씨가 16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박사 학위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진 신정아(35·여) 동국대 교양교육원 조교수를 임용할 당시 동국대가 관련 대학들에 아예 학력 조회를 의뢰하지 않거나 공문 접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 교수를 임용할 당시 동국대 교무인사팀장이었던 안모 교수는 17일 "2005년 9월 5일 내가 직접 미국 예일대에 학력 확인 요청서를 등기 우편으로 보냈지만 미국 캔자스대에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임용 신청서에 학사와 석사는 캔자스대에서, 박사는 예일대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적었다.

안 교수는 캔자스대에 학력 확인 요청서를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종학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예일대에만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위에서도 별다른 지시가 없었고, 나중에 필요하면 캔자스대에 공문을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동국대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11일 "임용 당시 예일대와 캔자스대에 모두 학위 확인 요청을 했으나 예일대에서만 회신이 왔다"고 밝혔었다.

또 동국대가 예일대에 보냈다는 등기 우편 영수증에는 등기번호와 수신 국가(미국)만 적혀 있을 뿐 수신처의 주소가 없어 예일대가 동국대의 공문을 접수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동국대는 예일대의 공문 접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예일대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팩스만을 믿고 신 교수를 임용했으나, 이 팩스 역시 날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임용 당시 인사팀에서는 신 교수로부터 성적증명서 등 기초 서류조차 받지 않았다며 학교 고위층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기다려보라'는 답변만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본부장 등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현재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진상조사위는 당시 절차만을 문제 삼아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16일 오전 비밀리에 출국한 신 교수는 17일 오전 1시 45분경(한국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청바지와 회색 티셔츠 차림의 신 교수는 흰색 운동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입국장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여러 질문을 했지만 신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정류장까지 따라간 취재진이 한마디를 부탁하자는 신 교수는 "논문 표절을 고졸학력으로 내린(규정한) 언론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해 논문 표절 사실은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공항에 신 교수를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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