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고려대 의료원에 익명으로
“사회환원 유지 지켜… 난 전달자일 뿐”
기부 당시 이 씨는 의료원에 단 한 가지만 요구했다. 자신의 사연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 이 때문에 이 씨의 선행은 두 달간 알려지지 않았다.
공개 거부 이유를 묻는 의료원 측에 이 씨는 “어머니가 재산을 상속해 주실 때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하셨다”며 “나는 전달자일 뿐 아무것도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의료원에 따르면 이 씨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다 교단을 떠나 운송업으로 수백억 원의 재산을 모았다.
이 씨의 어머니는 무남독녀인 이 씨를 남부러울 것 없이 키우면서도 항상 “좋은 것도 해 보고 나면 별것 아니지? 재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수십 년 동안 남편, 자녀들과 함께 검소한 생활을 해 온 이 씨는 2003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몇 년간 재산을 기부할 곳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할 것을 결심했다.
“고려대 의대와 병원이 연구 활동은 물론 사회봉사활동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어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하면 어머니의 뜻이 잘 이뤄지리라고 생각했다”고 이 씨가 말했다고 의료원은 전했다.
홍승길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대기업도 아닌 개인이 아무 조건 없이 400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한 것은 고려대 전체 역사뿐 아니라 국내 대학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기부자의 뜻을 계승해 연구역량 향상과 사회공헌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기부 받은 강남구 청담동 땅에 병원을 신축할 계획이다. 또 이 씨 모녀의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축 병원 명칭에 이 씨 어머니의 이름을 넣고 병원 용도도 이 씨와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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